美통상전문가 "한미FTA 개정했어도 트럼프 관세 예외 없을 것"(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9-26 12:01:00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통상 전문가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한미 무역관계와 2024 미 대선' 학술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5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선거 기간 이야기한 보편적 관세 등 경제 공약을 실제 시행할 것이라고 트럼프 1기 행정부 출신 통상 전문가가 전망했다.

스티븐 본 전 미국무역대표부(USTR) 법무실장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한미 무역관계와 2024 미 대선' 학술행사에서 "여러분이 그(트럼프)가 이번에 하는 연설을 들을 때에는 그가 하는 말을 매우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당시 펜실베이니아에서 무역 정책에 대해 한 연설을 거론하고서 "그 연설과 그가 (당선된 뒤) 2017∼2020년에 한 일을 보면 그는 그가 연설에서 하겠다고 말한 것을 사실상 거의 다 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6월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에서 세계화를 맹비난하면서 오바마 행정부가 체결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고, 멕시코와 캐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재협상하지 않으면 탈퇴하겠다고 했는데 그는 취임 후 실제 TPP에서 탈퇴하고 NAFTA를 재협상한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을 체결했다.

'미국을 다시 부유하게'를 주제로 한 당시 연설에서 그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일자리 킬러"라고 비판했는데 취임 후 한국을 압박해 FTA를 개정했다.

본 전 법무실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 FTA 개정을 협상할 때 USTR에 재직했으며, 현재 법률회사 킹&스폴딩의 파트너로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중책을 맡을 것으로 관측되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USTR 대표는 작년에 발간한 저서 '공짜 무역은 없다'에서 본을 법률회사 스캐든 압스에서 수십년을 함께 일한 "훌륭한 통상 변호사"로 소개한 바 있다.

본 전 법무실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경제 공약으로 ▲ 미국 내 제조업을 장려하기 위한 세법 개정 ▲ 전 세계에 대한 10∼20% 관세 ▲ 중국산 제품이 미국 시장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관세 인상 등 3개를 꼽고서 "난 그가 각 정책을 이행하기 위해 상당히 노력할 것으로 짐작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현재의 세계 교역 체계에 매우 만족하지만,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그 정도로 흡족해하지는 않다"면서 교역 체계를 "미국 노동자에 더 유익하게" 조정하려고 하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갈등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


(워싱턴= 김동현 특파원 =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이 25일(현지시간)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가 개최한 '한미 무역관계와 2024 미 대선' 학술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9.25

그는 미국, 유럽연합(EU)과 각각 FTA를 체결한 한국이 EU보다 미국과 무역에서 더 큰 무역흑자를 내고 있다면서 "이런 관계를 분석하는 누구든 왜 한국이 미국과 EU와 교역에서 너무 다른 무역수지를 기록하는지 이해하고 싶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한미 FTA 개정 결과에 "양측 모두 꽤 흡족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양국이) 분명 그런(무역수지 관련) 대화를 하겠지만 그게 갈등으로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미국민들이 오랫동안 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았고 그 불만이 정치적 불안정으로 이어졌다면서 한국은 무역적자를 기록하는 국가들이 겪는 정치적 어려움과 불확실성을 경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이 생각해야 할 부분이라면서 "무역흑자는 확실히 좋은 점이 많다. 달러를 많이 벌고 그 달러를 투자해 새 공장을 지을 수 있고 이익을 남기게 된다. 그건 매우 매력적이지만 교역 파트너에 어느 정도의 정치적 불확실성을 초래하게 된다. 특히 교역 파트너가 오랫동안 무역적자를 기록했다면 그렇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1기 때 한미 FTA를 만족스럽게 개정했으니 한국이 10∼20% 관세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난 우리가 협상한 FTA의 개정이 FTA를 개선했다고 믿는다. 하지만 그 이후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어느 정도 늘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난 그(트럼프)가 자신이 말하는 관세에 대한 완전한 무임승차권(free pass)을 어느 국가에 준다면 놀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상공회의소의 아시아 담당 부회장 출신으로 올브라이트 스톤브리지 그룹의 선임 고문을 맡고 있는 태미 오버비도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모든 무역적자를 자세히 들여다볼 것이며 그 누구도 무임승차권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FTA 개정협상 당시 워싱턴DC에서 상무관을 지낸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국내 제조업을 우선하는 미국 우선주의" 산업정책의 전반적인 기조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우 정책 목적을 달성하는 주요 수단으로 관세에 의존하는 등 공화당과 민주당의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금 미국은 제조 산업을 재건하려고 하지만 혼자 할 수 없기 때문에 파트너가 필요한데 그런 면에서 한국은 미국의 완벽한 파트너"라며 한미 양국 간 기술·산업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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