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헤즈볼라 휴전협상 '기회의 창'?…"美, 불씨 되살리기 안간힘"
기사 작성일 : 2024-09-29 17:01:00

이스라엘군 공격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최고지도자 하산 나스랄라의 TV 영상을 가리키는 남성


[AFP . 재판매 및 DB 금지]

김상훈 기자 =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 지도자인 하산 나스랄라 폭사로 중동 정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미국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간 휴전 협상의 불씨를 살릴 기회를 엿보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암살이 양측을 중재해 온 미국에 좌절감을 안긴 것으로 보이지만, 미 고위 당국자들은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외교적 중재 채널을 되살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WSJ은 바이든 행정부의 고위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의 나스랄라 살해 이후 이스라엘 북쪽 국경 지대의 휴전 추진 움직임을 복원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면서, 이번 공습이 미국의 전쟁 중단 노력의 후퇴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동시에 지난 수개월간 표류해온 협상 교착을 타개할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다는 고위 당국자들의 전망을 전했다.

지난해 10월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기습 이래 이스라엘이 헤즈볼라와 그 지원 군사세력에 대해 가장 강력한 입지를 확보한 만큼, 적어도 일시적인 휴전으로 이어지는 기회의 창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인 셈이다.

다만 한 미 고위 당국자는 나스랄라 '제거'가 헤즈볼라 및 하마스와 평화 협상에 도움이 될지 아니면 해가 될지를 판단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만약 이스라엘의 군사작전이 일시 중단된다면 평화 중재를 위한 외교 채널이 재가동될 가능성이 있지만, 아직 임박한 회담 전망은 없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궁극적으로 우리의 목표는 외교적 수단을 통해 가자와 레바논에서 진행 중인 갈등을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가 최악의 상황에서 희망을 찾고 있지만 외형적인 상황은 좋지 않다.

무력 분쟁을 중단시키려면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의지가 중요한데, 우선 이스라엘은 긴장 완화를 위한 회담을 재개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국경지대에 탱크를 배치하며 레바논 침공 채비에 들어선 모양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헤즈볼라가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서 헤즈볼라 대상 작전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더욱이 이스라엘은 나스랄라에 대한 공격을 사전에 미국에 알리지도 않았다.

헤즈볼라 역시 32년간 조직을 이끌어온 수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뒤 아직 후임자를 확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미 국방부 고위 당국자 출신의 전직 중앙정보국 직원 믹 멀로이는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미국 정부가 아니라 이스라엘과 헤즈볼라가 어떻게 하는지에 크게 달려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당사자들이 휴전에 대한 관심을 공개적으로 표명하고 변수를 명시할 때까지 미국이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라며 "미국이 낙관적이라면 이는 자신의 신뢰성을 훼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헤즈볼라는 지난해 10월 가자지구 전쟁이 발발하자 하마스 지지를 선언하고 이스라엘과 거의 매일 무력 공방을 이어왔다.

특히 헤즈볼라는 지난 7월부터 이스라엘군의 표적 공습으로 최고위급 지휘관 등이 사망하자 이스라엘에 대한 무력 대응 수위를 높여왔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특사인 에이머스 호크스타인을 급파해 몇 달간 확전 방지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미국의 중재에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 간 무력 대치는 갈수록 확대됐고,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경우 헤즈볼라에 대한 전면전을 강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던 이스라엘은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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