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감액 예산안' 초강수, '정부·여당 압박용' 카드 분석도
기사 작성일 : 2024-11-29 22:00:02

의사봉 두드리는 박정 위원장


신준희 기자 = 29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정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4.11.29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29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감액만 반영한 정부 예산안을 단독으로 처리한 것은 사상 유례가 없는 초강수다.

증액안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예산안으로 정부·여당을 압박하며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의도일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예산 증액은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감액은 그렇지 않은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해 받아낼 것은 받아내겠다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은 표면상으로는 용처가 불분명한 특수활동비를 비롯해 검찰, 감사원 등 권력기관 예산을 과감하게 쳐낸 안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대왕고래 프로젝트'로 불리는 심해가스전 사업, 용산어린이정원 조성 사업 등 정부의 주요 사업과 관련한 예산도 타당성이 작아 삭감해야 한다는 기조다.

그러나 이면에는 민주당이 요구한 증액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증액안은 전혀 반영하지 않으면서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밀어붙이고자 한다면 감액안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다른 야당과 함께 전날 본회의에서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이 지나도 내년도 정부 예산안과 예산 부수 법안이 본회의에 자동 부의되지 않게 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이 요구하는 대표적인 증액 사업은 이재명 대표의 상징적인 정책으로 분류되는 지역화폐(지역사랑상품권) 사업이다.

민주당은 예산 협상 과정에서 원안에 없던 지역화폐 예산을 2조원 늘리고자 했지만, 정부·여당은 이를 계속 반대해 왔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결국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한 감액 예산안을 지렛대로 삼아 지역화폐 사업 예산을 증액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면 지역구의 각종 현안과 관련한 예산의 증액까지 포기해야 하므로 소속 의원들이 실제 감액만 반영한 예산안을 처리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일부 지도부 인사 등 당 일각에서는 이마저도 고개를 저으며 이날 단독으로 처리한 예산안을 본회의까지 밀어붙이겠다는 강경한 기류도 감지된다.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통화에서 "최근 의원총회에서 감액 예산안 처리 방침을 원내가 보고했으나, 이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었다"며 "원만한 협상이 안 되면 감액 예산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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