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산골 마을에 2년 만에 휴대전화 터졌다…그 사연 보니
기사 작성일 : 2024-12-08 09:01:14

양정동 심청골 마을에 설치된 이동통신 중계기


[울산시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장지현 기자 = 울산의 한 산골 마을 주민들이 2년 만에 다시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게 된 사연이 전해졌다.

8일 울산시 북구에 따르면 양정동 마골산의 주민 20여 명이 거주하는 한 작은 마을은 전기 인프라는커녕 이동통신 기지국 전파조차 닿지 않았다.

인근 공군부대에서 사용하는 중계기 덕분에 휴대전화는 사용할 수 있었는데, 2022년 군부대가 철수하면서 그조차 불가능해졌다.

지난해엔 위급환자가 발생했는데도 구급대를 부르지 못해 사망하는 일까지 있었다는 것이 주민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올해 10월부터 이 마을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해졌다.

지속적인 주민 민원을 받은 관할 지자체 공무원이 해결 방안을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면서다.

북구청 미디어정보과 정보통신팀 윤예준(34) 주무관은 "휴대전화 불통이 주민 안전에 직결된 일인 만큼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문제를 몰랐으면 모르겠지만 일단 알게 된 이상 공무원으로서 책임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중계기 설치 현장 점검하는 북구청 공무원들


[울산시 북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계기 설치까지 가장 큰 어려움은 적당한 설치 장소를 찾는 일이었다고 윤 주무관은 밝혔다.

마을이 온통 산지로 둘러싸여 있어, 중계기 전파가 직접 닿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10여 차례의 현장 방문과 무인기(드론)를 이용한 전파 측정 테스트를 거친 끝에 결국 마을과 직선거리로 3㎞ 떨어진 설치 장소를 찾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난관은 마을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이자 국방시설본부 소유 부지란 점이었다.

국방부의 국유재산 사용 허가와 구청 도시과의 개발행위 허가를 받아야 중계기 공사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설비 자체가 고가인 데다, 설치 공사에도 2억3천만원이란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 점도 문제였다.

윤 주무관은 재난이나 사고 시 주민 안전이 우려되는 점, 연 1천500명이 넘는 인근 등산로 이용객도 혜택을 볼 수 있는 점 등을 들어 설득에 나섰다.

이동통신 3사와 국방부에 간담회, 공문 발송, 전화 통화 등으로 끈질긴 설득을 이어간 끝에 약 3개월 만에 통신 3사의 중계기 투자와 국방부의 국유재산 사용 승인까지 끌어낼 수 있었다.

북구는 윤 주무관을 비롯해 5명을 올해 하반기 적극 행정 우수사례로 선정하고 포상으로 인사 특전을 주기로 했다.

북구 관계자는 "직원들이 적극 행정을 추진해나갈 수 있도록 인센티브 부여, 면책제도 등 보다 다양한 지원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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