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시상] 한강 "글 쓰고 읽는 과정, 희망의 증거"…문학상 뒷얘기
기사 작성일 : 2024-12-12 05:01:02

기자 간담회하는 한강 작가


(스톡홀름= 김도훈 기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4.12.11

(스톡홀름= 정빛나 특파원 황재하 기자 = 소설가 한강(54)이 한국인 최초 노벨문학상 수상자로서 약 일주일간의 숨 가쁜 일정을 마무리하며 글을 쓰는 일의 '희망'을 강조했다.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한국 언론 기자간담회에서 "말을 건네고 글을 쓰고 읽고, 귀를 기울여서 듣는 과정 자체가 결국은 우리가 가진 희망을 증거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6일부터 약 일주일간 진행된 '노벨 주간' 행사에서도 '언어는 우리를 잇는 실'이란 취지의 발언을 강조한 바 있다.

"글을 쓰려면 최소한의 믿음은 항상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언어가 연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한 줄도 쓰지 못할 것 같아요. 꼭 사회적인 일을 다루지 않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개인적으로 보이는 글이라고 해도 아주 작은 최소한의 언어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쓰기 시작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강은 전날 6시간에 걸친 노벨상 시상식과 연회에 참석한 소회도 밝혔다.

그는 "이 행사를 위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다고 들었다. 예를 들어 꽃은 이탈리아의 특정 도시에서 주문한다거나"라며 "많은 사람이 정성을 들여 준비한 행사라고 생각하며 지켜보는 마음으로 참석했다"고 떠올렸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의 어린이 관광지로 꼽히는 '유니바켄'의 평생 무료 이용권을 받은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유니바켄은 스웨덴이 낳은 세계적인 동화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과 관련된 작품과 캐릭터 등을 재현해 놓은 박물관 겸 어린이 테마파크다.

"기차를 타고 여행하면서 '작품 세계'를 통과하는 곳이 있거든요. 딱 세 시간 정도 자유 시간이 있었는데,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그곳을 추천받아 갔어요. 그 얘기를 유니바켄 측에서 들으셨는지 저에게 평생 무료 이용권으로 주셨어요. 너무 재미있고 감동적인 선물이었어요."

린드그렌이 생전 거주한 집을 방문한 것에 대해서는 "(린드그렌의) 증손자가 가이드를 직접 해주셨고, 개인적인 추억을 담아 설명해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며 "아주 소박한 삶을 사신 분인 것 같고, 집에 있는 모든 것이 단순하고 소박해 감동했다"고 말했다.

한강은 자신의 수상을 계기로 이른바 각종 '기념사업'이 추진되는 데 대한 소신도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저는 책 속에 모든 게 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며 "어떤 일(사업)을 하고 싶다면 책 속에서 뭔가를 찾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어떤 의미를, 공간에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닿기를 원한다면 그건 굉장히 가시적인 방법"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책 속에 열심히 써놨으니, 그걸 읽는 게 가장 본질적인 것 같다. 그 외에 바라는 점은 없다"고 말했다.

한강은 12일 현지 왕립극장에서 열리는 대담 행사를 끝으로 '일상'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제 저는 일상으로 돌아가서 조용히 열심히 신작을 쓸 테니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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