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첫 폭염주의보…양산·손풍기·모자 들고 '그늘로 그늘로'
기사 작성일 : 2024-06-19 17:00:34

견디기 힘든 더위


임헌정 기자 =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등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보인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에서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2024.6.19

김정진 최원정 홍준석 기자 = "(건물) 냉방 온도를 평상시 25도에서 23도로 낮췄는데도 오전에만 덥다며 불평하는 전화를 열댓통 받았어요."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있는 한 빌딩 밖에서 화단을 정비하던 건물 관리인 윤창식(69)씨는 구슬땀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를 기해 서울 전역에 올여름 첫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는 등 불볕더위가 이어지면서 불편을 호소하는 건물 입주 직원들의 연락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관측값을 보면 이날 중랑구는 오후 3시 5분 기준 37.0도, 강남구는 오후 2시 58분 기준 36.9도를 기록했다. 최고체감온도도 각각 32.6도, 33.8도였다.

영등포구 지하철 5·9호선 근처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던 시민들은 땡볕을 피해 가로수 그늘에 모였다. 겉옷을 차양 삼아 머리를 가린 채 바쁘게 걸어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더위야 가라


임헌정 기자 = 서울지역 낮 최고기온이 35도까지 올라가는 등 올해 들어 가장 더운 날씨가 예보된 19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어린이가 물놀이를 하며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9

하늘색 휴대용 선풍기로 더위를 식히며 회사로 돌아가던 송윤지(36)씨는 "이틀 전 '손풍기'를 꺼냈다"며 "이제는 걷기만 해도 땀이 난다"고 말했다.

종로구 광화문 앞 도로 곳곳에서는 열기를 한껏 품은 아스팔트에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광화문광장에는 그늘이 많지 않은 탓인지 시민이 거의 없었는데 그나마 오가는 시민 대부분은 양산을 들거나 모자를 쓰고 햇빛을 피하고 있었다.

광장 한쪽에 마련된 분수대에서는 부모님과 함께 놀러 온 아이 네댓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물에 홀딱 젖은 채 뛰놀았다.

여섯살 아들에게 경복궁을 구경시켜주기 위해 찾아왔다는 이종철(39)씨는 "아이가 너무 더워해서 (더위를) 좀 식히라고 분수대에 왔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더운 날씨에도 광화문과 세종대왕상을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미국 텍사스에서 가족과 함께 서울에 왔다는 티나는 "서울이 처음인데 마치 뉴욕처럼 크고 멋져 좋다"면서도 "날이 너무 더워 관광하기 힘든 건 사실"이라고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말했다.

미국 워싱턴DC에서 온 샘(32)도 "이틀 전에 왔는데 이렇게 더울 줄 몰랐다"며 "좀 더 날이 시원할 때 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은 들지만 아직은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이열치열' 정신으로 불볕더위에도 밖으로 나와 운동하는 시민도 더러 있었다.

여의도공원에서 산책하던 최모(61)씨는 "이 정도로 더운 줄은 몰랐다"며 "8월 무더위가 벌써 오는 것 같아 올여름을 어떻게 보낼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공원 농구장에서 운동을 마친 한 시민은 웃통을 벗고 수돗가에서 땀을 씻어내기도 했다.

더위가 힘든 건 동물도 마찬가지였다.

광진구 서울어린이대공원에서 만난 반달가슴곰과 암사자는 시원한 벽에 몸을 기대고는 배를 까고 드러누웠고, 야외 방사장 그늘에서 쉬던 재규어는 얼마 지나지 않아 실내 사육장으로 들어갔다.


시원한 물속이 좋아


(용인= 홍기원 기자 = 전국 곳곳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한국호랑이가 시원한 물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있다. 2024.6.19

동물들이 대체로 실내 사육장에 들어가 얼굴을 비추지 않았지만, 관람객 표정은 밝았다.

친구와 함께 동물원을 찾은 서모(50)씨는 "사람도 이렇게 더운데 동물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며 "사람 욕심에 동물을 힘들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서 아쉽지만, 오늘은 좋은 경치를 보고 산책하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웃어 보였다.

폭염주의보는 일최고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질 전망일 때, 급격한 체감온도 상승이나 폭염 장기화로 큰 피해가 예상될 때 내려진다.

작년보다 첫 폭염주의보 발령일이 하루 늦기는 하지만 올여름이 평년보다 덜 덥지는 않을 전망이다. 앞서 기상청은 올해 6월과 8월 기온이 50% 확률로, 7월 기온이 40% 확률로 평년보다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그늘에서 더위 피하는 재규어


최원정 기자 = 서울에 첫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9일 오후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재규어가 그늘에 누워 쉬고 있다. 2024.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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