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농장서 일하던 인도인 팔 절단사고 후 방치돼 숨져
기사 작성일 : 2024-06-21 01:00:57

인도인 이주 노동자 싱이 일했던 라티나의 한 농장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로마=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로마 남부에 있는 라티나 지역에서 발생한 비인도적인 이주 노동자 사망 사건에 현지 사회가 충격과 분노로 들끓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 등 현지 언론매체에 따르면 숨진 사남 싱(31)은 지난 17일 라티나의 한 농장에서 기계 작업을 하다가 한쪽 팔이 절단되는 사고를 당했다.

당장 수술해야 했지만 고용주는 그를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의 아내가 경찰에 신고했고 구급차가 도착했을 때 싱은 자기 집 앞 도로에 팔이 잘린 채 방치돼 있었다. 절단된 팔은 과일 상자에 담겨 있었다.

싱은 뒤늦게 로마의 산 카를로 포를랄리니 병원으로 이송돼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사망했다.

경찰은 고용주를 과실치사, 작업장 안전 규정 위반, 피해자 구조 의무 불이행 등의 혐의로 조사 중이다.

싱은 트랙터에 부착된 비닐 포장 랩핑기에서 일하다 팔이 빨려 들어갔다. 팔이 절단된 것 외에도 하반신에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고 현지 언론매체들은 전했다.

농업과 식품가공 산업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조합인 FLAI-CGIL의 프로시노네-라티나 지부 사무총장인 라우라 하딥 카우르는 이번 사건을 강력하게 규탄했다.

그는 "경악스러운 것은 인도 노동자가 구조되지 않고 집 근처에 버려졌다는 사실"이라며 "그의 아내가 (고용주에게) 병원에 데려가 달라고 간청했는데도 싱은 누더기 자루처럼, 쓰레기 자루처럼 길에 방치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인간의 생명, 존엄성, 건강, 모든 문명의 규칙을 짓밟는 착취의 야만성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인도에서 3년 전 아내와 함께 이탈리아에 온 싱은 합법적인 근로계약서 없이 시간당 5유로(약 7천500원)를 받고 이곳에서 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자 착취로 악명높은 라티나 지역에는 아시아 출신이 주로 고용돼 있다. 이들 대다수는 악덕 고용주나 마피아와 결탁한 중간 소개업자의 농간으로 법으로 보장된 혜택이나 임금을 받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마리나 칼데로네 노동부 장관은 "진정으로 야만적인 행위"라며 책임자들이 처벌받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제1야당인 민주당(PD)도 이번 사건을 "문명의 패배"라고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은 이러한 노동 착취 농장에 이주 노동자를 공급하는 범죄조직, 이른바 '농업 마피아'를 근절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정부에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인도 언론매체에서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다.

주이탈리아 인도 대사관은 전날 엑스(X·옛 트위터)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지역 당국과 협력하고 있으며 싱의 유족에게 영사 조력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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