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미의 파리'에서 이층버스 타고 한국어 안내받으며 관광하기
기사 작성일 : 2024-06-22 08:00:59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버스에 올라타는 관광객들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한국어 지원 2층 관광버스가 등장했다. 현재 노란 버스 라인 24개 버스에 스페인어, 영어, 중국어를 포함한 9개 언어에 한국어가 추가되었으며, 이미 버스 외관에도 한국어 안내를 알리는 태극기 그림이 나붙었다. 2024.6.22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남미의 파리'라고 불리는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아이레스.

'축구의 신'으로 불린 마라도나와 메시, 프란치스코 교황, 네덜란드의 막시마 왕비, 피아노의 여제 마르타 아르헤리치 등을 배출한, 남미에서 가장 유럽적이면서도 독특한 이곳을 한때 조지 소로스의 투자파트너였던 짐 로저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관광으로 먹고 살 수 있는 나라"라고 말했다.

단, 치안과 적절한 물가를 유지한다는 조건 아래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전 세계 관광객이 모이는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주요 관광지를 도는 이층 버스에 한국어 안내가 시작됐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버스 노란 라인 운영진들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버스인 노란 라인 판매 담당자 제시카(39)와 마르틴(49) 부장이 레콜레타 매표소 앞에서 와 인터뷰하고 있다. 2024.6.22

주아르헨티나 한국문화원의 한보화 원장은 지난 2022년부터 시 정부와 지속적인 협의를 거쳐 한국어 안내 지원 서비스가 6월부터 시작됐다면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한편, 한국인으로서 자긍심과 국가 이미지 제고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한국어 안내 서비스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해 관광버스 매표소로 향했다.

매표소는 세계 3대 아름다운 묘지로 유명한 레콜레타 묘지 앞에 위치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시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입찰형식으로 2층 관광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노란 라인과 빨간 라인이 있는데, 한국어 서비스는 현재 노란 라인에서만 제공된다.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버스의 한국어 안내 서비스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버스 안 안내 언어 지원 기기에서 한국어가 제공되고 있다. 2024.6.22

노란 라인에선 24대의 2층 관광버스가 매일 운영되고 있다.

노란 라인 관광버스 운영진인 마르틴 하스런(49) 부장은 현재 한국어 안내도 진행되고 있다면서 한국어 안내를 알리기 위해 버스 외관 앞부분에 태극기 도색도 마쳤다고 설명했다.

노란 라인 관광버스 이용자는 하루 600∼700명이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1천200여명 정도에 이른다고 하스런 부장은 소개했다.

가격은 24시간 이용권이 내국인은 1만8천페소(비공식 환율로 1만9천원 정도)이고 외국인은 3만6천페소(3만8천원)이며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다.

관광객들은 지정된 22개의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승·하차를 할 수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명물 2층 관광버스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2층 관광버스 노란 라인은 1층과 2층 앞부분은 창문으로 막혀있으며, 2층 뒷부분은 개방형으로 여름에는 완전히 열리고 겨울에는 천장만 일부 닫아 놓은 채 운영된다. 2024.06.22

버스에 올라타니 좌석 앞에 설치된 안내기기엔 자신이 원하는 언어를 고를 수 있도록 돼 있으며 오디오 사용에 따른 별도 비용은 추가되지 않았다.

스페인어가 1번이고 영어, 포르투갈어, 불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 그리고 러시아어 순으로 총 10개의 언어가 지원되고 있다.

노란 라인은 레콜레타에서 시작해 5월 광장, 산 텔모 시장, 탱고의 발상지인 보카, 아르헨티나의 강남 격인 푸에르토 마데로 그리고 주아르헨티나 대사관이 위치한 팔레르모 공원을 크게 도는 코스로 되어 있으며, 버스에서 내리지 않고 한 바퀴를 돌면 총 3시간 30분이 소요된다.


아르헨티나의 오벨리스크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징인 오벨리스크를 지나는 관광버스 노란 라인. 지난 2022년 아르헨티나 축구대표팀이 36년 만에 월드컵에서 승리하자 이를 축하하기 위해 이곳에 100만명 이상의 시민이 밀집했다. 2024.6.22

레콜레타에서 시작해 세계 3대 오페라 하우스라고 알려진 테아트로 콜론까지 한국어로 안내받으며 프랑스풍의 각종 건물을 구경하는 동안 버스는 7월9일대로를 돌아 대통령궁, 대성당 등이 위치한 5월 광장으로 향했다.

연휴를 맞이해 가족들과 부에노스아이레스 관광을 왔다는 마리아(70)는 "많이 와봤지만, 손자가 이층 버스를 타보고 싶다고 해서 같이 탔다"며 "바람 때문에 살짝 춥기는 하지만, 이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도시는 또 다른 멋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의 대성당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5월 광장 앞에 위치한 아르헨티나의 대성당. 대성당의 윗부분 조각작품은 창세기에 나오는 돌아온 요셉을 맞이하는 가족들이다. 예수의 열두제자를 상징하는 12개의 기둥이 있으며 바닥 장식은 베네치아에서 공수한 타일로 꾸며져 있다. 2024.6.22

관광버스가 5월광장을 떠나 5월대로에 진입했을 때 한국어 안내방송에선 주변에 있는 카스텔라르 호텔에서 유명한 스페인 작가이자 시인인 페테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살았다고 소개했다.


아르헨티나 국회 의사당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 국회의사당 앞에 검은색 바리케이드가 보인다.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의 '옴니버스' 법안이 최근 상원에서 통과되었는데 이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열렸다. 2024.6.22

또 대법원을 지나갈 때는 아르헨티나의 2번째 오스카상 수상작인 영화 '비밀의 눈동자' 촬영지였다는 사실도 알려줬다.

한국어로 안내를 받으니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역사와 문화를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알 수 있었다.

관광버스가 벼룩시장으로 유명한 산 텔모 지역에 도착하자, 날씨가 좀 풀여서인지 관광객들이 우르르 내렸다.

하지만 초겨울에 접어든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한국인 관광객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 관광객들은 주로 현지의 봄, 가을, 여름에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찾기 때문이다.

이어 버스는 현지의 강남 격인 최신식 아파트와 레스토랑이 즐비한 푸에르토 마데로를 거쳐 레티로로 향했고, 13번 정류장인 산마르틴 광장 근처에 이르자 한국문화원이 이곳에 위치해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레콜레타 묘지 앞에 모인 관광객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부촌인 레콜레타에 위치한 레콜레타 묘지에 입장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몰려있다. 정문 위에는 "평화롭게 잠드소서"란 문구가 적혀있다. 이 묘지는 세계 3대 아름다운 묘지로 알려졌으며, 전 대통령, 기업가, 문화가 등의 묘가 있다. 에비타로 알려진 에바 페론의 묘도 여기에 있다. 2024.6.22

버스는 도시의 허파로 알려진 팔레르모 공원, 천문대, 아웃렛, 장미공원을 거쳐 첫 출발지인 레콜레타로 돌아왔다.

레콜레타로 돌아오기 전 마지막 22번 정류장인 국립미술관에 도착할 때쯤 버스는 아르헨티나 주재 한국대사관 앞을 지나가기도 했다.

한국대사관은 아르헨티나 최고 재벌 중 한명이었던 아말리아 포르타박이 살았던 프랑스풍의 저택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이라 꼽히는 팔레르모에 자리 잡고 있다.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부에노스아이레스= 김선정 통신원 = 지난 2022년 한·아르헨티나 수교 60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리는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정문 앞에 태극기가 장식되어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내 관광버스인 2층 노란 버스는 종점에 도착하기 전 주아르헨티나 한국대사관 정문을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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