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구미 딸 왕래' 놓고 북일 교섭설…남북도 천륜 외면 말아야"
기사 작성일 : 2024-06-23 11:00:03

2006년 금강산에서 할머니와 작별하는 김영남·메구미의 딸 은경(오른쪽)


2006.6.30 <저작권자 ⓒ 2006 연 합 뉴 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하채림 기자 = "일본은 납북된 요코타 메구미(1977년 실종 당시 13세) 문제가 아무리 해도 풀리지 않으니 이제는 메구미의 딸 왕래를 놓고 북한과 교섭한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남북도 피랍 고교생 어머니들의 애타는 호소를 더는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31년간 납북자·국국포로 송환·상봉 활동을 펼친 공로로 이달 21일 훈장(국민훈장 동백장)을 받은 최성룡 (71)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은 23일 와 통화에서 일본 정부의 집요한 납치문제 교섭 노력을 거론하면서 남북 당국의 전향적 자세를 촉구했다.

최 이사장은 메구미 가족과도 인연이 깊다. 그는 2006년 메구미의 딸과 한국인 납북 고교생 김영남 가족의 유전자 검사를 성사시켜 김영남·메구미의 부부관계를 밝히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그는 "일본 측이 메구미 송환 요구로 장기간 교섭에 진전을 보지 못하자 최근에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메구미의 딸 은경씨의 자유왕래를 새롭게 요구했다고 복수의 일본 소식통으로부터 들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일본은 북일 정상회담 조건으로 메구미를 비롯한 미송환 피랍자에 관한 진상 규명과 귀환을 계속 요구했지만 북한은 2002년과 2004년 북일 정상회담으로 납치문제가 완전히 종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일본은 메구미가 이미 숨졌다는 북한의 해명을 부정하면서 진상규명을 계속 요구해왔기에 교섭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일본 정부가 최근 메구미의 딸 은경씨 왕래를 요구하며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이사장은 "최근 몽골에서 진행된 북일 간 교섭에서도 그 문제가 논의됐다고 들었다"면서 "고령인 메구미의 모친이 손녀 은경씨를 많이 보고 싶어 한다는 주변의 얘기도 있으니, 일본의 요구가 달라진 것이 사실이라면 북일 사이에 접점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다"고 추측했다.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과 귀환 납북자들


하채림 기자 = 최성룡 전후납북자피해가족연합회 이사장(가운데)이 지난 21일 청계광장에서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훈한 후 귀한 납북자 이재근(오른쪽)·이한섭씨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최성룡 이사장 제공.]

1993년 비전향장기수 이인모씨 송환을 계기로 납북자·국군포로 구출활동을 시작한 최 이사장은 그동안 납북자 9명과 국군포로 12명의 귀환을 도왔다. 2006년 처음으로 국군포로(고 백종규 하사) 유해를 모셔오기도 했다.

지난 21일 청계광장에서 열린 훈장 전수식에는 최 이사장의 도움으로 북한에서 탈출한 납북자 이재근(86·2000년 귀환)씨와 이한섭(76·2007년 귄환)씨가 나와 최 이사장의 수훈을 축하했다.

최 이사장은 한국 정부가 일본과 달리 그동안 납북자 어머니들의 고통을 외면했다고 지적하면서, 남북한 당국도 핵문제 등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피랍자와 가족의 상봉을 위한 교섭을 벌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납북 고교생 이민교(1977년 납북)와 홍건표(1978년 납북)의 모친인 김태옥씨와 김순례씨는 모두 90대 고령이다.

최 이사장은 "두 어머님께서 죽기 전에 아들 얼굴만 보게 해달라고 호소하고 있다"며 "남북한 당국은 현재의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공식·비공식 교섭의 물꼬를 터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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