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원희룡·윤상현 "배신의 정치"…한동훈 "마타도어"(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6-30 20:00:02

기념 촬영하는 나경원-원희룡-윤상현-한동훈


사진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한 윤상현(왼쪽부터)·한동훈·나경원·원희룡 후보가 지난 2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공부모임에 참석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자료사진]

류미나 김치연 조다운 기자 = 국민의힘 초반 당권레이스가 한동훈 후보를 향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의 협공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나·원·윤 후보는 한 후보가 자신을 정치 무대로 이끌어준 윤석열 대통령을 상대로 '배신의 정치'를 한다고 30일 공격 포인트를 잡았다.

원 후보는 이날 TV에 출연해 한 후보가 채상병특검법 중재안을 낸 것을 겨냥, "더불어민주당이 채상병특검을 미끼로 낚시질하는데 탄핵에 말려들면 결과적으로 국민에 대한 배신"이라며 "한 후보가 국민에 대해 배신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배신하는 사람은 없다"고 직격했다.

나 후보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특정인에 대한 배신이 국민을 위한 배신이 아니라 사익을 위한 배신"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윤 후보도 "절윤(絶尹·윤 대통령과 절연)이 된 배신의 정치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한 후보를 공격한 바 있다.

한 후보가 비상대책위원장 시절 윤 대통령과의 불화설이 불거졌던 데다, 최근 '제삼자 추천 채상병특검법'을 들고나오면서 사실상 윤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는 게 이들의 인식이다.

'배신의 정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재임 시절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겨냥했던 발언으로, 당의 핵심 지지층에선 '탄핵 트라우마'를 자극하는 표현이기도 하다.

당시의 반목이 당정 갈등으로 비화해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현재 야권은 공공연히 윤 대통령 탄핵을 거론하고 있어 여권 주류에선 이에 대한 경계심이 부쩍 커진 상황이기도 하다.


한자리에 모인 국민의힘 당권주자들


[ 자료사진]

한 후보는 '배신의 정치' 협공 수위가 갈수록 올라가자 반격에 나섰다.

한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당 대표 선거가 인신공격과 마타도어가 아니라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고민하는 장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 후보 캠프 정광재 대변인은 논평에서 "모든 당권 주자가 '배신' 운운하며 인신공격성 공세를 펼친다"며 "악의적 '배신 프레임'은 분명 당원과 국민 심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 러닝메이트로 최고위원에 출마한 장동혁 후보는 원 후보를 겨냥, "지금 배신을 가장 많이 말하는 분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주장했고, 탈당해서 광역자치단체장에 출마했던 분이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민주당에 갈 수 있다고 얘기했던 분"이라고 비판했다.

한 후보의 정치 경험 부족을 지적하는 '초보 운전자' 비유를 두고도 공방이 오갔다.

원 후보가 이날 "길도 제대로 모르는 초보운전자가 운전대를 잡을까 무섭고 두렵다"고 하자, 배현진 의원은 "내비게이션 좀 찍어보자는 요청에도 백두대간 지도만 고집하며 국도, 고속도로를 헤매다 걸핏하면 진창에 빠지는 '라떼는 운전사들'보다 국민과 당원이라는 '내비'가 지목하는 길로 함께 가는 운전사를 당원들은 원한다"고 받아쳤다.

한 후보 측 장동혁 의원도 "정치에는 민심이라는 좋은 내비게이션이 있다. 사고는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게 아니라 운전이 몸에 좀 익었다고 내비와 신호를 무시할 때 난다"고 꼬집었다.



[한동훈 후보 페이스북 계정 캡처]

한 후보와 나머지 당권주자 3명의 신경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한 후보 측은 '대세론'이 형성됐다는 판단 아래 이를 유지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갤럽의 최신 차기 대표 선호도 여론조사(6월 25∼27일·국민의힘 지지층 308명·표본오차 ±5.6%포인트·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서 여당 지지층 과반은 한 후보를 선호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한 후보는 당분간 지역 당협 순회 방문을 이어가며 '바닥 당심' 다지기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다음 달 5일에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조찬 회동을 하고 유정복 인천시장과도 만날 예정이다.

하지만, 나·원·윤 후보는 "선거는 이제 시작"이라는 판단이다.

당에서 20년 안팎 정치 경력을 쌓은 수도권 출신 다선(多選) 경력을 내세워 언론에 나타나는 여론조사가 아닌, 실제 당원 투표에서 충분히 다른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치러지는 결선투표가 경쟁 구도에 작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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