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반복되는 최저임금위 파행,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나
기사 작성일 : 2024-07-04 19:00:34

경영계 빠진 '반쪽' 최저임금위 회의


(세종= 배재만 기자 = 4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실에서 사용자위원 9명이 모두 빠진 채 '반쪽' 전원회의가 열리고 있다.2024.7.4

내년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운영이 올해도 어김없이 파행을 겪고 있다. 4일 열린 8차 전원회의가 사용자 위원 전원의 불참으로 '반쪽' 회의에 그쳤다. 사용자 위원들은 최저임금의 업종별 구분 적용을 위한 표결이 이뤄졌던 지난 2일 7차 회의에서 일부 근로자 위원들이 '투표 방해 행위'를 했다며 이날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최저임금 심의는 이미 법정 심의 기한(6월27일)을 넘긴 상태다. 법정 고시 시한인 8월 5일을 지키려면 행정 절차 등을 감안해 이달 중순까지는 최저임금이 결정돼야 한다.

앞서 7차 회의에서 표결 끝에 업종별 구분 적용 여부가 일단락됐기 때문에 이날 회의부터 노사 양측이 가장 중요한 쟁점인 내년도 최저임금 액수에 대한 최초 요구안을 제시하고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경영계의 불참으로 제대로 된 논의 자체가 어려웠다. 사용자 위원들이 9차 회의에 정상적으로 복귀해야 비로소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천860원으로, 내년도에는 1만원을 돌파할지가 관심이다. 노동계는 고물가와 실질임금 하락 등을 감안한 대폭 인상을, 경영계는 자영업자 등의 경영난을 고려해 '동결'을 최초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최저임금위 파행에서 보듯 올해도 노사 간 합의가 원만하게 이뤄질 가능성은 지극히 낮아 보인다.

최저임금은 2008년 이후 지금껏 한차례도 노사 합의로 결정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결정 방식이 그대로 유지되다 보니 매번 거의 같은 방식이 되풀이된다. 노사는 각각 처음부터 협상을 통해 격차를 좁힐 수 없을 정도로 현격한 차이가 나는 요구안을 내놓고 협상을 시작한다. 노사가 줄다리기하다 법정 심의 기한을 넘기면 공익위원들이 중재안을 내고 고시 시한이 임박해서야 결론을 내는 것이다. 매년 쟁점 중의 하나인 업종별 차등 적용 논의에서도 노사 양측은 올해 역시 전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하지 않았다.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자 이인재 위원장이 표결을 선언했으나 일부 근로자 위원이 표결 자체를 저지하기 위해 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거나 배포 중인 투표용지를 찢기도 했다. 결국 표결 끝에 차등 적용은 올해도 무산됐다.

매번 최저임금 심의과정이 파행을 겪을 때마다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그때뿐이었다.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은 여전히 많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최저임금을 못 받은 근로자는 301만1천명(전체의 13.7%)에 달했다. 1년 전보다 되레 25만5천명이 늘었다. 특히 숙박음식업의 경우 비중이 37.3%나 됐다. 최저임금을 획일적으로 올리는 최저임금법은 현실적으로 지킬 수 없는 법이 됐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저임금의 실질적인 인상 못지않게 근로자가 실제 사업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도록 하는 것이 최저임금제의 취지를 살리는 길이다. 노사정 모두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이를 통해 결정된 최저임금이 현실에서도 제대로 적용될 수 있게끔 하는 제도 마련에 하루빨리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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