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십시일반 모은 부품으로 패트리엇 조립해 우크라 지원"
기사 작성일 : 2024-07-05 17:00:59


독일에서 패트리엇 포대를 배경으로 발언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현윤경 기자 = 우크라이나가 자국 주요 도시들을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세에 맞서기 위해 패트리엇 방공망의 추가 지원을 서방에 애타게 호소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 국가들이 십시일반의 퍼즐 맞추기에 나섰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의 절박한 요청에 응할 여유가 없는 유럽 일부 국가들이 각각 보유하고 있는 패트리엇 방공망의 일부나 예비 부품들을 박박 긁어모아 온전한 패트리엇 포대를 조립, 우크라이나에 전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예를 들어 네덜란드는 레이더와 미사일 발사대 3기, 독일을 위시한 유럽 4개국은 요격 미사일 일부를 각각 내놓기로 했고, 이동식 발사통제센터를 지원하는 방안도 특정 국가가 약속한 상황이다.

또한 추가적인 미사일과 발사대, 정교한 패트리엇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필요한 훈련은 유럽 8개국이 우크라이나군을 상대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NYT는 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조립식 방공망'이라고 부르고 있는 이번 계획을 고안한 카샤 올롱그렌 네덜란드 전 국방장관은 네덜란드 새 내각이 들어서면서 퇴임하기 직전 NYT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퍼즐의 모든 조각들을 쥐고 있다"며 "단지 조각들을 꿰어 맞춰야 할 뿐"이라고 말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4월 러시아의 미사일 요격으로부터 제2도시 하르키우 등을 지키기 위해 패트리엇 포대가 최소 7대는 더 필요하다고 요청한 바 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2년 5개월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군이 미사일과 자폭 드론(무인기)으로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와 전력 기반 시설 등을 무차별적으로 폭격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절박한 호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서방의 방공망 5기가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NYT에 따르면 이후 루마니아가 패트리엇 포대 1기를 우크라이나에 주기로 했고, 독일과 이탈리아도 비슷한 약속을 했으며 미국도 1기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약속한 5기 가운데 나머지 1기를 조달한 방도가 마땅치 않자 유럽 국가들은 각국의 무기고를 샅샅이 뒤진 끝에 유럽 각지에서 기부된 여분의 패트리엇 방공망 부품을 이용해 패트리엇 포대를 조립한다는 "창의적인" 해결책에 도달했다고 NYT는 설명했다.

패트리엇 방공망은 발사대와 레이더, 미사일 등으로 구성된다.

현재 나토 회원국들은 회원국 역내에 흩어져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 추산 대략 90기의 패트리엇 포대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라는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 90기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62기는 미국 소유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 소유 패트리엇 미사일 중 상당수는 한국, 일본, 중동 등지의 미군 기지 보호를 위해 배치돼 있어 빼기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제2도시 하르키우 인쇄소 폭격 현장서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우크라이나 외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한, 패트리엇 방공망을 빠듯하게 운용하고 있는 유럽 소국의 경우 1기만 우크라이나에 지원해도 자체 국가안보에 큰 위협을 무릅쓰게 되는 실정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이에 유럽 각국은 무기고를 조사한 끝에 각자 비축하고 있던 예비 부품들을 내놓은 후 조각조각 모아진 장비들과 부품들을 조립해 패트리엇 포대를 완성할 수 있다는 구상에 이르게 됐다고 한다.

올롱그렌 전 장관은 네덜란드는 예비 부품을 제공할 의사를 밝힌 나라들에 파견돼 각 부품의 적합성을 살피기 위해 전문가로 이뤄진 조직도 만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질 5번째 패트리엇 포대를 언제 우크라이나에 전달할 수 있을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이미 배치된 패트리엇 시스템의 망가진 부품들을 교체하기 위해 모아진 부품들이 조립되지 않고 부품 상태 그대로 우크라이나에 전달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IISS의 헨리 보이드 연구원은 네덜란드가 주도하는 이같은 계획은 이미 무기 지원에 과부하가 걸린 미국, 사실상 최소 수준 (방어)에 그치고 있는 유럽의 현실을 고려할 때 문제 해결책으로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또한 연식과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수준이 상이한 서로 다른 나라들에서 끌어 모은 패트리엇 포대 부품들을 조립해 작동될 수 있게 만들 수 있느냐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IISS 자료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서는 네덜란드와 스웨덴, 독일, 그리스, 폴란드, 루마니아, 스페인등 7개국만이 패트리엇 포대를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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