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부동산 법인 직원들 "선순위 보증금액 낮게 허위고지"
기사 작성일 : 2024-07-08 19:01:14

대전지방법원 법정


대전지방법원 법정 전경 [촬영 자료사진]

(대전= 양영석 기자 =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 지원 제도를 악용해 159억원 상당을 가로챈 부동산 법인회사가 방을 구하는 세입자들에게 선순위 보증금을 실제보다 낮은 금액으로 알려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8일 대전지법 형사11부(최석진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K(50)씨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 사건 증인 신문에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K씨의 부동산 법인에서 일한 한 직원 A씨는 '일반 임대차 계약에서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했냐'는 K씨 변호인 질문에 "저는 대략적으로만 했다"며 "실제 선순위 보증금보다 항상 낮게 고지하는 사무실 분위기가 있었고, 주변 직원들과도 얘기를 나눈 적이 있다"고 답했다.

다만 대략적이면 얼마를 말하는 것인지 묻는 재판장 질문에 "예를 들어 선순위 보증금 규모가 8억∼9억원이라면 저는 크게 차이 나지 않는 8억원으로 설명하고, 세입자가 방을 원할 때 자세히 알려줬다"며 "선순위 보증금이 너무 많아서 계약이 체결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부연했다.

실제 계약이 체결된 물건 중 실제 선순위 보증금이 8억∼9억원인데 4억원대까지 낮춰서 말하는 걸 봤냐는 재판장의 추가 질문에 A씨는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일부 부동산 중개소와 계약이 체결된 물건은 선순위 보증금 규모를 많이 낮춰서 고지했을 것으로 추측은 했다는 취지로 답했다.

또 LH에 제출한 허위 선순위 보증금 자료를 봤냐는 질문에 "LH를 통한 계약 관리는 관여하지 않아서 잘 모른다"고 말했다.

세금 관련 업무를 맡았던 또 다른 직원 B씨도 옆에서 직원들이 통화하고 말하는 걸 듣고 선순위 보증금을 속여서 고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증언했다.

B씨는 "시간이 흘러 누가 누구에게 지시한 것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일을 하면서 직원들이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고지)하는 이야기를 들은 건 맞다"고 말했다.

김씨는 2020년 3월부터 자신 명의의 다가구주택에 대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전세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하는 방법으로 공사를 속여 공사로부터 임대차 보증금 159억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LH가 입주 대상 수급자들이 살 주택을 물색하면 우선 주택 소유자와 전세 계약을 체결한 뒤, 입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전세임대주택 지원제도'를 악용했다.

근저당권 설정액과 선순위 임대차보증금의 합계가 90%가 넘으면 LH와 계약할 수 없는데도 선순위 보증금을 허위로 기재해 전세보증금을 편취하기로 마음먹고 다가구주택을 외상으로 시공한 뒤 완공된 건물을 담보로 제2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다.

K씨는 LH를 상대로 한 사기 혐의 사건 외에도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다가구주택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도 받고 있다.

대전경찰청에 따르면 K씨 관련 전세사기 피해가 최소 2천세대 이상 규모로 파악되며,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대책위)는 피해 세대 3천세대, 피해 금액은 최소 3천억원이 이를 것으로 추정한다.

본인과 친동생, 여자친구, 법인회사 명의로 소유한 건물만 200여채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