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명령에 해산된 태국 제1당 "왕실모독죄보다 사법개혁 우선"
기사 작성일 : 2024-08-20 18:00:59

태국 헌법재판소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 강종훈 특파원 = 헌법재판소의 정당 해산과 총리 해임 결정으로 태국 정계가 요동친 가운데 야권이 법원 권한 제한 등 사법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헌재 명령으로 해산된 제1당이자 야당인 전진당(MFP)의 후신인 국민당(PP) 낫타퐁 르엉빤야웃 대표는 20일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헌재가 국민과 동떨어진 권력을 행사한다"며 "선출된 기관을 파괴하는 법률과 법원 역할을 끝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당은 왕실모독죄 개정보다 법원 개혁을 우선시할 것"이라며 "몇 달 내로 초당적인 지지를 끌어내 다음 총선 이전에 관련 법률을 통과시키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헌재는 지난 7일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추진이 입헌군주제 전복 시도에 해당한다며 해산 명령을 내리고 피타 림짜른랏 전 대표 등 지도부 11명의 정치활동을 10년간 금지했다.

이후 전진당은 국민당으로 재창당하고 IT 기업가 출신 낫타퐁을 대표로 내세웠다.

헌재는 14일에는 세타 타위신 총리 해임 결정을 내렸다.

부패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피칫 추엔반을 총리실 장관으로 임명한 인사를 위헌으로 판단했다.

제1당이 해산되고 곧이어 총리가 해임되면서 태국 정치권은 혼란에 빠졌다.

야권과 학계·법조계 등에서는 법원의 지나친 개입으로 법과 민주주의 체계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피타 전 전진당 대표도 사법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며 야권 행보에 힘을 실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윤리적·도덕적 기준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너무 과한 일"이라며 같은 상황이 반복되며 태국이 제자리걸음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정치인들이 사법 개혁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실모독죄 개정 공약 등을 내건 전진당은 지난해 총선에서 제1당에 오르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수 진영 반대로 피타 후보가 의회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집권에 실패했고, 탁신 친나왓 전 총리 세력인 프아타이당이 친군부 정당과 연대해 연립정부를 구성했다.

태국에서는 전진당 해산과 세타 총리 해임 이전에도 쿠데타와 헌재 판결로 여러 차례 정당이 사라지고 정권이 무너졌다.

탁전 친나왓 전 총리 막내딸로 지난 16일 의회 투표를 통해 선출된 패통탄 친나왓 총리는 세타 전 총리 사례를 의식해 장·차관 인선 과정에서 법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검증을 주문했다.

패통탄 총리는 "연립정부 지도자들과 이번 주 내로 내각 구성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정부를 곤경에 빠뜨릴 수 있는 법적 분쟁을 피할 수 있도록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신원 조사를 할 것"이라고 전날 취재진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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