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대만의 對中 방어 능력 저하"
기사 작성일 : 2024-08-29 12:00:57

인교준 기자 =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 정책이 중국의 위협에 맞선 대만의 방어 능력을 저하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2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루퍼트 해먼드 체임버스 미국·대만 상공회의소 회장은 전날 워싱턴에서 현지 싱크탱크인 글로벌 타이완연구소가 개최한 행사에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비교하면서 이같이 언급했다.


대만군의 핑둥현 실사격 훈련 모습


[홍콩 SCMP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해먼드 체임버스 회장은 대만해협의 안보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전략적 모호성이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략적 모호성은 미국이 (중국과 대만의) 무력 분쟁에 개입할지에 대해 베이징과 타이베이 모두에 의도적으로 불확실성을 조성하는 것"이라면서 "전략적 명확성의 시대에 미국의 대만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중국의 위협에 맞서) 대만이 자원을 써야 할 곳에 대해 미국과 합의에 도달해야 하며, 이를 통해 미국은 그 외 다른 분야에서 대만을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울러 "트럼프 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보다 대만에 대해 더 명확한 정책을 더 빠르게 채택하고, 무기 판매에도 개방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해먼드 체임버스 회장은 대만 정부가 대(對)잠수함 작전에 필요한 첨단 헬리콥터의 구매를 요청했으나 지난 3월 바이든 미 행정부가 거부한 사례가 있다고 거론했다.

이에 대해 구리슝 대만 국방부장이 지난주 워싱턴에서 미국 관리들을 만나 "미국이 판매하지 않는다면 어느 나라가 대만을 위협하는 중국의 잠수함을 견제할 헬리콥터를 제공하겠나"라고 반문했다고 SCMP는 전했다.

이 신문은 미국 싱크탱크 케이토(Cato) 연구소를 인용해 대만이 미국에 주문한 191억달러(약 25조5천억원)어치의 무기가 판매 지연되고 있으며, 이 중 일부는 10년 이상 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현재 미국은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지 않고 있다. 1954년 말 미국과 대만은 방위조약을 체결했으나, 1979년 미국과 중국의 수교로 폐기됐다. 미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받아들여 대만과 단교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군사 개입 여부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왔다. 미국은 1979년 제정한 대만관계법을 바탕으로 미국의 판단에 따라 대만의 자위에 필요하다고 보는 무기를 판매해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친미·독립 성향의 민주진보당(민진당) 소속의 차이잉원이 2016년과 2020년 연이어 총통으로 당선된 데 이어 그 후임으로 같은 당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 5월 취임했으며, 중국은 대만과의 공식적인 교류를 끊고 군사·안보 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 자료사진]

실제 중국은 재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과 작년 4월 차이 전 총통의 미국 방문을 통한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과의 만남을 이유로 대만 봉쇄 군사훈련을 수일간 벌여 위협했고, 수년째 대만해협에서 군용기와 함정을 동원한 위협을 지속하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5년간 '3기 집권'이 종료돼 제21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 개최로 추가적인 집권 여부가 결정되는 시점인 2027년 이전에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가능성도 제기돼 대만을 포함한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2022년 9월 18일 CBS방송 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대만이 중국으로부터 공격받으면 미군을 투입하겠다고 밝힌 걸 비롯해 전략적 모호성 폐기 수준의 발언을 되풀이해와 관심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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