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감리업체서 7천만원 받고 불공정 심사…前교수 징역 5년
기사 작성일 : 2024-09-03 11:00:33

서울중앙지법


[촬영 이성민, 장지현]

이대희 기자 = 공공건물의 안전 시공을 관리·감독하는 감리업체로부터 수천만원의 뇌물을 받고 불공정 심사를 한 혐의를 받는 전직 대학교수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오세용 부장판사)는 3일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전 대학교수 주모(66)씨에게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 7천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범을 보여야 할 사회적 지위에 있음에도 명성과 영향력을 악용해 다수의 안전 위험이 야기된 범행을 저질러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며 "입찰 전반에 자행돼 온 부정적 관행을 타파하기 위해서라도 일벌백계가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이어 "다만 1천만원을 건네받은 사실을 자발적으로 수사기관에 진술했던 점,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위는 보이지 않는 점, 실제 부실 공사 증거가 제출되지 않은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주씨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발주하는 건설사업 감리용역 입찰 심사위원으로 재직하던 중 감리업체로부터 특정 업체에 좋은 점수를 달라는 청탁과 함께 두 차례에 걸쳐 총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이 지난 7월 발표한 공공입찰 비리 수사 결과에 따르면 17개 감리업체와 소속 임원 19명은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5천억원에 이르는 LH 용역 78건과 740억원 상당의 조달청 발주 용역 15건에서 낙찰자를 미리 정하고 들러리를 서주는 방식으로 담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와 LH는 2019년 최저가 낙찰로 감리 품질이 저하되거나 일부에 낙찰이 편중되는 부작용을 막고자 심사위원 정성평가 비중을 늘리는 제도를 도입했다.

이 과정에서 권한이 세진 주씨를 비롯한 심사위원 18명이 뇌물을 받고 특정 감리업체를 선정해 준 것으로 조사됐다.

감리 입찰은 업체명을 가리는 '블라인드 심사'였지만, 회사들은 제안서에 특정 문구 등 표식을 남겨 우회하는 방식으로 범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각각 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주씨보다 먼저 기소된 공무원과 심사위원 3명은 지난달 1심에서 징역 2년 6개월∼3년 6개월이 선고됐다.

뇌물 2천500만원을 준 업체 중 한 곳의 대표에게는 지난 8월 징역 10개월이 선고됐다.

나머지 담합·불공정 심사 연루자들에 대한 재판도 현재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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