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논란 의식했나…9월 모평 국어·수학·영어 모두 평이(종합)
기사 작성일 : 2024-09-04 23:00:29

수능 9월 모의평가 시작


(대구= 윤관식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24.9.4

(서울·세종= 고유선 김수현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전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실전 기회로, 4일 전국에서 일제히 시행된 9월 모의평가는 전반적으로 평이하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직전 시험이던 6월 모의평가 당시 불거진 '불수능' 논란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 "국어·수학, 작년 수능·올해 6월 모평보다 쉬워"

국어와 수학 영역은 작년 수능은 물론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평이했다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지난해 수능 국어 영역은 표준점수 최고점이 150점으로 역대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통했고, 올해 6월 모의평가 역시 이 점수가 148점까지 올라가 수험생들에겐 힘겨운 시험으로 평가받은 바 있다.

EBS 국어 대표 강사인 한병훈 천안 중앙고 교사는 "전체적인 난이도는 2024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쉬운 편이었다"며 "절대적인 난이도로만 보면 작년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살짝 쉬운 편"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6월 정부의 소위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 이후 평가원은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해야 하고 종합적 사고력을 요구하는 문항으로 변별력을 확보했는데, 이번에는 정보량이 적고 쉬운 문장으로 구성돼 수험생이 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능 최종 점검 9월 모의평가 '최선을 다해'


(대구= 윤관식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대구 수성구 동문고등학교 3학년 교실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준비를 하고 있다. 2024.9.4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2024학년도 수능, 올해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공통과목인 독서는 비슷하고 문학은 약간 쉽게, 선택과목도 쉽게 출제됐다"며 "특히 독서 영역은 지문이 대부분 EBS와 연계돼 소재가 익숙하고, 정보 밀도가 낮아 평이했다"라고 분석했다.

수학 영역 역시 작년 수능(표준점수 최고점 148점)에 이어 올해 6월 모의평가(표준점수 최고점 152점)에서도 어려워 수험생들의 진땀을 흘리게 했으나 이번에는 그보다 쉬워진 것으로 평가된다.

EBS 수학 강사인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작년 9월 모의평가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이 2천520명이었고, 올해 6월 모의평가에서는 697명이었다"며 "이번에는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을 받은 수험생이 (작년 9월과 올해 6월 모의평가 사이인) 1천명 내외로 형성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학원에서도 모의평가


류영석 기자 = 202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9월 모의평가가 실시된 4일 오전 서울 양천구 목동종로학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2024.9.4 [공동취재]

◇ "영어, 절대평가 취지 살려 평이…오답 선지 매력도 높지 않아"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불영어'를 뛰어넘어 '용암 영어'라고 불린 영어의 경우 절대평가 취지를 살려 역시 쉽게 출제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어 영역의 경우 90점 이상으로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이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1.47%에 그쳤다.

이는 영어 영역에 절대평가가 도입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여서 영어 교육 부담 경감이라는 영어 절대평가 도입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EBS 대표 영어 강사인 김예령 대원외고 교사는 "절대평가 취지에 맞게 적정 난이도로 변별력을 확보했다"며 "작년 수능이나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쉽게 출제됐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킬러문항 배제 방침 이후 영어 영역은 매력적인 선지로 오답을 유도해 변별력을 확보했는데, 이번에는 선지도 까다롭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실장은 "9월 모의평가 영어 영역은 신유형 없이 출제됐는데 2024학년도 수능, 2025학년도 6월 모의평가와 비교했을 때 지문의 소재가 어렵지 않고 오답 선지의 매력도가 높지 않아 평이한 난이도로 분석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 어렵게 출제됐던 빈칸 추론과 간접 쓰기 유형 역시 비교적 평이하게 출제돼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가 낮아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5일 서울 한 학원가에 의대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 우려…"본수능 난도 상승 대비해야"

입시업계에서는 국어, 수학, 영어 등 주요 영역이 모두 평이해지면서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가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는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6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국어, 수학은 평균적으로 7문제 정도 더 맞춰 12∼15점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며 "영어 1등급 비율은 1%대에서 11.31%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어 "이번에 의대 증원까지 있는데, 최상위권을 변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EBSi와 종로학원, 진학사 등이 추정한 실시간 1등급 커트라인은 국어 영역의 경우 '언어와 매체' 95∼97점, '화법과 작문' 97∼98점으로 추정됐다. 두 문제를 틀리면 2등급으로 내려간다는 의미다.

수학은 '미적분' 91∼92점, '기하' 93∼94점, '확률과 통계' 95∼97점에서 1·2등급이 갈릴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본수능은 이번 모의평가만큼 쉽게 출제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대 증원으로 최상위권 'N수생'이 많이 가세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쉽게 출제했다간 '물수능' 비판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는 "변별력이 필요한 2025학년도 수능에서 9월 모의평가와 같은 평이한 난이도로 수능을 출제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며 "수험생들은 9월 모의평가 난이도나 점수에 현혹돼 학습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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