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금개혁 골든타임 강조…野-시민단체는 "노후파탄" 비판
기사 작성일 : 2024-09-10 17:00:02

'보험료율 9%→13%' 정부 연금개혁안 나왔다…세대별 차등 인상


한종찬 기자 = 정부가 오랫동안 오르지 않고 9%인 보험료율은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이 40%까지 줄게 돼 있는 것을 42%로 상향하는 내용의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놨다. 보험료율은 연령대가 높을수록 더 가파르게 인상돼 세대별로 차등을 둔다. 수명이나 가입자 수와 연계해 연금 수급액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자동조정장치' 도입도 검토한다. 사진은 4일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상담센터의 모습. 2024.9.4

김병규 기자 =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국민연금 개혁안을 내놓은 뒤 차관이 2차례 브리핑을 열어 세부 내용을 설명하는 등 정부안 알리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부안에 대해 야권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국회 차원의 연금 개혁 논의가 본격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정치권을 향해 개혁안 논의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한편 시민·노동단체들은 야권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개혁안을 노후 파탄을 조장하는 개악안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 하는 이기일 차관


최재구 기자 = 보건복지부 이기일 제1차관이 1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10

◇ 복지차관 "올해가 연금개혁 골든타임"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난 6일에 이어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개혁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며 개혁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로 연금특위 구성이 난항을 겪는 상황에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연금개혁 이슈를 알리는 데 공을 들이는 것이다.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연금 개혁을 빨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올해가 연금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정기국회에서 빨리 논의해 올해 안에 꼭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할 것 없이, 소득 보장론이나 재정안정론이나 할 것 없이, 연금 개혁이 빨리 되기를 바라고 있으니 올해 연금 개혁을 꼭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금 개혁과 관련해 여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모수 개혁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추진하자는 입장이지만, 야권은 정부안이 사실상 연금액을 줄이고 노후 소득 보장을 불안하게 만드는 졸속 개혁안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논의 방식과 관련해서도 여당이 연금특위 설치를 주장하는 데 반해 야권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소득대체율 42% 유지, 보험료율 13% 상향, 자동조정장치 도입, 연령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자동조정장치는 인구·경제 여건 변화를 보험료율과 연계하는 방식이다.

그는 자동조정장치에 대해 "고육지책이다. (기금 고갈을 막으려면) 보험료율을 19.7% 내도록 해야 하는데, 13%로만 인상하면 여기에 못 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자동조정장치를 불가피하게 (도입)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동조정장치는 스웨덴에서 시작해 일본이 도입했고 독일 등 여러 나라에 전파되고 있다"며 "한국은 저출산과 고령화가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에 일본의 형태로 도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 때 구조개혁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정작 정부 개혁안에는 구조개혁이 담기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혁안에는 기초연금 인상, 개인연금 촉진, 의무가입 상한 연령 조정 등의 내용이 담겨있어 모수 개혁적인 요소와 구조 개혁적인 요소가 같이 들어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금개혁안 규탄하는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김주형 기자 =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관계자들과 양대노총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10일 오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노후파탄, 분열조장 윤석열 정부 연금개악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2024.9.10

◇ 연금행동 "사실상 노후보장 기능 포기하겠다는 것"

연금관련 시민단체와 노동단체들은 이날 오후 야당 의원들과 함께 국회 본청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개혁안이 지난 국회 연금특위의 공론화 결과를 배제하고 재정 안정에만 초점을 뒀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공적연금강화국민운동(연금행동)은 박주민·남인순·강선우·서영석 의원 등과 함께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시민들의 지혜가 돋보인 공론화 과정을 외면하고 재정 안정화에 경도된 개혁안을 내놨다"며 "연금의 실질 가치를 바닥으로 낮추는 '자동삭감장치(자동조정장치)' 도입과 제도를 누더기로 만들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등 노후파탄·분열조장의 연금개악"이라고 비판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세대별 보험료 인상 속도의 차등화는 세대 간 갈라치기를 유도하고 있고, 공적연금의 자동삭감장치 도입은 모든 국민연금 가입자의 노후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정부는 자동조정장치로 늘어날 기금소진연도는 정확히 제시하면서 개개인의 연금총액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제도의 성패는 기금의 지속가능성이 아닌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에 있고, 재정지표가 아니라 빈곤 해소라는 본질적 기능에 있다"고 주장했다.

연령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과 관련해서는 "50대는 자녀를 더 가르쳐야 하고 부모 봉양도 더 길게 해야 하는 낀 세대"라며 "50대에게 더 많이, 더 빨리 보험료를 부과하면 불안정한 고용이 더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금행동은 그러면서도 국회에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한 법 개정에 나설 것도 주문했다.

이 단체는 "정부가 실망스러운 안을 냈지만, 국회는 국민을 위해 법 개정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노후파탄, 분열조장의 누더기 제도를 설계한 관료와 달리 국회는 국민 앞에 겸손과 지혜를 보여주길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연금 개혁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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