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TV토론] 해리스 "거짓말·범죄자" 직공…트럼프, 이념·인종공세로 맞불
기사 작성일 : 2024-09-11 15:01:00

대선후보 TV 토론 지켜보는 미 시민들


(라스베이거스 AP= 10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현지 주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방영되는 대선 후보 TV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토론에서 경제·이민·낙태 정책 등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09.11

(로스앤젤레스= 임미나 특파원 = 미국 역대 선거사상 가장 확연히 대비되는 후보로 평가되는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확연히 구분되는 토론 스타일로 격돌해 눈길을 끌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중도 사퇴로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깜짝 등극한 대선 토론 신인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대선을 '미래와 과거의 대결'로 규정하고 4차례 형사 기소, 민주주의 위협론 등을 내세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문제점을 파고들며 '인파이터 스타일'로 토론에 나섰다.

반면에 3번째 대선에 참여하면서 7번째 토론에 나선 '대선 토론 베테랑'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의 자극적인 공격에도 침착성을 잃지 않으려는 듯 차분하게 대응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신공격이나 이념공세, 인종문제 등을 툭툭 던지면서 아웃파이터식으로 맞섰다.

이날 TV 토론에서 처음 대면한 두 사람은 악수와 인사말을 나누고 토론에 임해 우호적인 분위기 속에 토론이 진행되는 듯 했으나 막상 토론이 이어지자 팽팽한 긴장감 속에 열띤 공방으로 바뀌었고, 서로를 향해 "거짓말", "최악" 등의 험한 말을 주고받으며 난타전을 벌였다.

화보
해리스·트럼프, 첫 대선 토론서 경제·이민·낙태 정책 공방

먼저 공격의 포문을 연 사람은 해리스 부통령이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엉망(mess)으로 해놓은 것들을 치워야 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공황 이후 최악의 실업률, 남북전쟁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최악의 공격, 한 세기 만에 최악의 공중보건 전염병"을 남겨놓았다고 깎아내렸다.

그러면서 "도널드 트럼프는 여러분을 위한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엄지손가락 내려보이며 발언하는 해리스


(필라델피아 AP=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1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의 TV 토론에서 엄지손가락을 아래로 내려 보이는 제스처를 취하며 발언하고 있다. 이날 두 후보는 경제·이민·낙태 정책 등을 놓고 100분 넘게 동안 날선 공방을 벌였다. 2024.09.11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개를 좌우로 크게 흔들며 "그녀(해리스 부통령)야말로 계획이 전혀 없다. 그녀는 바이든의 판박이일 뿐"이라고 맞받아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을 "마르크스주의자"라고 칭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그녀가 마르크스주의자인 것을 모두가 안다"며 "그녀의 아버지는 마르크스주의자인 경제학 교수였고, 그녀를 잘 가르쳤다"고 비꼬았다.

또 트럼프는 해리스 부통령의 인종적 정체성 문제를 다시 제기하면서 그녀가 어떻게 규정하든 자신은 상관하지 않는다며 치고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해리스 부통령은 미간을 크게 찌푸리면서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특히 트럼프의 인종문제 제기에 대해 "그는 미국 국민들을 분열시키는데 인종문제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이어 해리스 부통령은 낙태 문제를 놓고 여성의 생식권과 자기 결정권을 억압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을 향해 날을 세웠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 금지 여부가 "연방 정부에 묶여 있지 않고 사람들이 투표로 정하게 됐다"며 "나는 그 일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고 맞섰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가 무더기로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트럼프가 다시 선출되면 전국적인 낙태 금지법에 서명할 것"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것은 완전한 거짓말"이라며 "나는 그것에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10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첫 토론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UPI=. 재판매 및 DB 금지]

두 사람은 서로의 공격을 계속 방어하느라 주어진 발언 시간이 지나 마이크가 꺼진 사이에도 말을 주고받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진행자에게 "임신 8∼9개월에도 낙태를 지지할 것이냐고 해리스에게 물어봐라"고 말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말도 안 되는 얘기는 하지 말라는 뜻으로 "제발 좀"(Come on)이라고 대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말하던 중 해리스 부통령이 끼어들려 하자 "내가 지금 말하고 있다"며 제지하기도 했다.

이민 문제를 얘기하던 중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오하이오주 스프링필드에서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주장을 늘어놓자 해리스 부통령은 어처구니없다는 듯 소리를 내서 웃기도 했다.


처음으로 토론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로이터=. 재판매 및 DB 금지]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 정부에서 범죄율이 높아졌다고 주장하자 해리스 부통령은 비웃음을 날린 뒤 "범죄 혐의로 기소된 사람에게서 이런 얘기가 나온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형사 기소된 사건들을 모두 열거했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 모든 사건은 그들(민주당)의 정치적인 의도로 시작됐고, 내가 대부분 이기고 있으며 나머지 항소에서도 이길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을 마무리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상 최악의 대통령과 부통령"이라고 거듭 비난했다.

토론 내내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도널드 트럼프" 또는 "전 대통령"으로 지칭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고 "그녀"(she)라는 삼인칭 대명사로만 지칭했다.

또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말할 때 그를 계속 쳐다보면서 얼굴을 찡그리거나 헛웃음을 지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해리스 부통령이 말할 때 눈을 내리깔고 앞쪽을 응시하면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거의 눈길을 주지 않아 대비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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