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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성 기자 =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이 과거 황금을 캐는 시장으로 여겼던 중국에서 매출 실적이 급감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경제의 전반적인 침체 속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데다 중국 토종 업체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들의 주가 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클리니크와 라메르 등 브랜드를 보유한 미국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는 2022년 초와 비교해 시장가치(시가총액) 4분의 3을 잃어버렸다.

일본 브랜드 시세이도도 2019년 이후 시장가치가 3분의 2 가까이 줄어들었다.

세계 최대 화장품 회사 로레알 사정은 상대적으로 나았지만, 최근 4개월간 주가가 16% 하락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에 황금을 캐는 '노다지' 시장이거나 회사의 미래를 밝힐 수 있는 큰 희망이었다. 중국 시장 선전을 발판 삼아 회사 전체 발전을 도모하는 원동력으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에스티로더는 2021∼2022년 회계연도에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인 순매출이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그러나 1년 후 중국 매출 비중은 26%로 줄었다.

이 회사의 유기 순매출(organic net sales) 역시 2023∼2024 회계연도 기준으로 전년 대비 2% 감소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기 순매출이 전년 대비 3% 줄었기 때문이다.

시세이도 역시 사정은 비슷했다.

이 회사가 중국 시장에서 거둬들인 유기 순매출도 올해 상반기 6개월간 전년 동기 대비 7% 감소한 것이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들은 이른바 여행 소매 매출이 급락하면서 공항 면세점을 통한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국인의 해외관광은 아직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브랜드들의 실적 부진은 크게 보면 두 가지에 기인한다.

기본적으로는 경기 침체를 체감한 중국 소비자들이 소비를 줄이고 있는 데다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 현지 브랜드들과 경쟁에서 밀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WSJ은 짚었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중국의 뷰티·퍼스널 케어 시장에서 상위 10개 브랜드 중 중국 브랜드 점유율은 2018년 15%에서 지난해 22%로 높아졌다.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중국 업체 프로야 코스메틱은 올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8%나 급증했다.

신문은 "중국 업체들은 젊은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마케팅과 디자인에 능숙한 데다 가성비 측면에서도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경기 침체 속에 중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글로벌 브랜드들이 고전하고 있는 분야는 화장품 업계뿐만이 아니다.

신문은 "자동차 제조업부터 커피 체인점에 이르기까지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업체들의 희망이 꺾이고 있다"며 화장품 업계가 이런 사례의 최신 버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