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무기 러 본토 후방타격 초읽기…'레임덕' 바이든의 선택은
기사 작성일 : 2024-09-13 12:00:57

젤렌스키와 악수하는 바이든


[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신영 기자 = 우크라이나가 서방에서 제공받은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후방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관련 제한을 완화하는 조처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러한 변화에는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직을 사퇴하며 '레임덕'(lame duck·임기말 권력누수 현상을 절름발이 오리에 빗댄 말)에 진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남은 임기가 4개월에 불과하다는 것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2일(현지시간) 유럽 당국자 발언을 인용해 서방무기 사용제한을 추가로 완화할 것인지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선택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영국은 이미 자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공대지 순항 미사일 스톰섀도(프랑스명 SCALP)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타격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싶다는 신호를 미국에 보낸 채 바이든 대통령의 명시적 동의를 기다리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가 공동 개발한 스톰섀도 미사일은 250㎞ 바깥의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할 수 있는 정밀유도무기다.

NYT는 13일 백악관에서 열리는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간 정상회담에서도 이 문제가 논의될 예정이며, 현재는 미제가 아닌 다른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후방 타격을 허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서방제 공대지 미사일 스톰섀도에 서명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UPI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한 사정거리 300㎞의 지대지 탄도미사일 체계인 육군전술유도탄체계(ATACMS· 에이태큼스)의 사용제한은 유지하되 스톰섀도 미사일은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서방 무기의 러시아 본토 후방 타격 제한과 관련한 입장을 선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건 바이든 대통령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미국 대선의 승자가 내년 1월 새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백악관의 주인이 바뀔 때까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을 승전으로 마무리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레임덕 때문에 임기종료 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적인 지원에 나서기도 힘든 만큼 러시아의 대규모 공세에 고전 중인 우크라이나를 도와 전황을 개선하려면 이외에는 딱히 고를 선택지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WSJ은 짚었다.

이와 관련해 한 미 정부 당국자는 "목표는 지금부터 임기 말까지 우크라이나의 전략적 위치를 최대한 개선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영국과 프랑스 등의 장거리 미사일 사용을 허용한다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마지막으로 가속하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군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발사 훈련 장면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다만 우크라이나는 현재 거론되는 미제 무기를 제외한 일부 무기의 사용제한 완화에 만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몇 달간 ATACMS로 러시아 본토 깊숙한 곳을 때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거듭 요구해왔다.

미국 내부에서도 사용 제한을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이 그간 여러 차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공급하고 사용 제한을 완화해왔지만, 러시아와 확전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이 근거로 작용하고 있다.

전직 대사와 장군 17명은 이번 주 정부에 보낸 서한에서 "서방이 제공한 무기에 대한 제한을 완화한다고 해서 러시아와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가 이미 러시아가 자국 영토로 간주하는 크림반도와 쿠르스크 지역을 이런 무기로 공격하고 있고, 이에 대한 러시아의 대응엔 변함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이런 논의가 진행 중인 데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2일 러시아 국영방송 기자의 관련 질문을 받고 "이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들, 즉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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