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지표 '한라산 구상나무 숲' 100년 만에 절반 감소
기사 작성일 : 2024-09-15 08:00:41

(제주= 고성식 기자 = 한라산 고유종인 한라산 구상나무 숲 면적이 100여년 전보다 현재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한라산 구상나무


[촬영 이성한] 한라산 고지대에 분포하는 구상나무. 1907년 프랑스인 에밀 타케 신부가 한라산 쿠살낭(구상나무) 표본을 미국 하버드대 아놀드수목원으로 보낸 것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크리스마스트리 '아비에스 코리아나'의 토종으로 알려져 있다.

15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에 따르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100여년 간의 분포 변화를 조사한 결과, 1918년 1천168.4㏊에서 2021년 606㏊로, 48.1%(562.4㏊) 감소했다.

세계유산본부 한라산연구부는 1910년대에 제작된 '조선임야분포도' 등 고지도와 1948년부터 촬영된 항공사진 등을 분석해 한라산 구상나무 숲의 변화를 추적했다.

지역별 구상나무 숲 면적 감소 폭은 성판악 등사로 중심(동사면)이 502.2㏊로 가장 많고, 영실 일대(서사면)와 큰두레왓 일대(북사면)가 각각 58㏊, 40.7㏊다.

반면 방애오름 일대(남사면)는 38.5㏊ 증가했다.


한라산 구상나무


[촬영 이성한] 한라산 남벽 분기점 인근 방애오름 구상나무

시기별로는 2000년대 들어 기온상승, 태풍, 가뭄 등 기상 현상이 구상나무 숲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2006년 이후에는 연평균 감소율이 1.37∼1.99%로, 구상나무 숲 쇠퇴가 급격히 확인됐다.

세계유산본부는 제주지역의 기온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돼 기후변화의 압력이 한라산 구상나무 숲 등 한라산 아고산대 침엽수림의 생태계에 지속해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했다.

강석찬 세계유산본부장은 "구상나무 쇠퇴와 고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종합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상나무는 제주 한라산과 지리산·덕유산 등 남부지방 아고산대에 사는 한국 고유종이다.

1920년대 외국에 소개된 뒤 '크리스마스트리' 용도로 주목받으며 90종 이상 개량종이 개발됐지만 구상나무 고유종은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다.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1918년 조선임야분포도를 이용한 구상나무 숲 추정


[제주도 제공.재판매 및 DB 금지]


1948년 항공사진을 이용한 구상나무 숲 추정


[제주도 제공.재판매 및 DB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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