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에 울리는 거문고 소리…울산 해파랑길서 즐기는 소리 관광
기사 작성일 : 2024-09-18 10:00:35

울산 동구 슬도에서 사운드워킹 즐기는 참가자들


[촬영 장지현]

(울산= 장지현 기자 = "눈을 감고 파도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절로 편안해집니다."

울산 동구 방어진항 남단에는 섬 전체가 구멍 난 바위로 이뤄진 곰보섬 '슬도'가 자리 잡고 있다.

방어진항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방어진 방파제 위를 걷다 보면 거문고 섬 슬도를 만날 수 있다.

푸른 바다 위 이끼 낀 무인도, 그 정상에 우뚝 솟은 흰 등대는 바라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풍경이지만 사실 슬도는 '소리'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거센 파도가 갯바위에 부딪히며 나는 소리가 마치 거문고와 같다고 해, 거문고 슬(瑟)에 섬 도(島)를 붙인 것이 슬도 이름의 유래다.

슬도에서 나는 파도 소리, 이른바 '슬도명파'는 옛 선비들이 방어진 주변 자연 풍광을 엄선한 '방어진 12경' 중 하나다.

울산 동구는 지역 특색을 담은 소리를 선정해 만든 '소리 9경'에 슬도 파도 소리를 포함하기도 했다.


슬도에서 사운드워킹 즐기는 참가자들


[촬영 장지현]

동구는 올해부터 슬도 일대와 대왕암공원 해안 둘레길을 배경으로 자연의 소리를 만끽하며 걷는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상반기에 이어 이달 초 시작된 하반기 프로그램을 직접 체험해 봤다.

배부받은 지향성 마이크를 한 손에 들고, 연결된 헤드폰을 착용하자 시원한 파도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바다에 직접 귀를 대고 듣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어 슬도를 찾은 갈매기들의 끼룩 우는 소리, 해녀가 물질하는 소리도 귀를 간지럽혔다.


사운드워킹에 사용되는 지향성 마이크


[촬영 장지현]

오토바이 한 대가 슬도 방파제 위를 붕 지나가자 엔진 소리가 잠시 시끄럽게 귀를 때려 헤드폰을 잠시 귀에서 떼야 했다.

다른 이들의 대화 소리가 헤드폰을 통해 전해지자, 절로 말을 줄이게 되기도 했다.

참가자들은 파도가 부딪치는 바위, 방파제, 잔디 등 자신이 원하는 자리에 마이크를 가까이 가져가, 살며시 눈을 감고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참가자는 "매일 자동차 소리, 모르는 사람 통화 소리 같이 원하지 않는 소음에 노출돼 살다가 자연의 소리를 들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 포스터


[울산시 동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AST 울산 해파랑길 사운드워킹은 이달부터 10월 31일까지 매주 목, 금, 토, 일요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진행된다.

슬도에서 노애개안, 대왕암공원, 과개안, 대왕암, 수루방을 거쳐 일산해수욕장까지 3시간 코스다.

초등학생 이상, 걸을 수 있다면 누구나 참가할 수 있다.

비용은 무료다.

투어 참가는 포스터에 있는 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프로그램 운영 대행사(☎051-626-8816)로 전화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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