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오쩌둥 팔에 완장 채워 준 '홍위병 우두머리'의 조용한 죽음
기사 작성일 : 2024-09-19 13:01:06

인교준 기자 = 마오쩌둥 주도로 유토피아적 공산주의를 추구했던 문화대혁명(문혁·1966∼1976) 시기에 폭력의 상징이었던 홍위병의 우두머리 격 인물인 쑹빈빈(宋彬彬)이 77세를 일기로 숨졌다고 홍콩 명보가 19일 보도했다.


문혁 홍위병 쑹빈빈


[홍콩 명보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암 투병했던 쑹빈빈은 병원 치료를 중단하고 지난 15일 미국 뉴욕 자택으로 옮겨져 36시간 가족과 함께 지내다 숨을 거뒀다고 명보는 전했다.

그의 가족은 지인에게 부고를 전하면서 "쑹빈빈이 어떤 기념행사도 하지 않고 조용히 떠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다고 언급했다.

보도에 따르면 문혁이 본격화할 당시 19세로 베이징사범대 부속 여중·고교인 여부중(女部中)에 다니던 그는 1966년 6월 교내에 대자보를 붙이고 교감을 포함한 학교 고위층 7∼8명을 공격하는 등 문혁 홍위병 활동에 앞장섰다. 그가 다니던 학교는 베이징 홍위병 세력의 주축이었다.

쑹빈빈은 같은 해 8월 2일 수십만명의 홍위병이 집결한 톈안먼 광장의 성루에 올라 당시 마오쩌둥 공산당 주석에게 '홍위병'(紅衛兵)이라고 쓰인 빨간 완장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 상징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 자리에서 마오쩌둥은 쑹빈빈에게 '쑹야오우'(宋要武)라는 이름을 지어주면서 사실상 홍위병의 더 많은 폭력을 조장했으며, 이 행사를 계기로 쑹빈빈 주도의 홍위병 폭력 행위는 더 극단적으로 치달았다.

정적 제거를 염두에 뒀던 마오쩌둥 의도대로 홍위병들은 류사오치 당 총서기를 포함해 마오쩌둥과 각을 세웠던 기득권 세력을 겨냥해 참을 수 없는 모욕성 언어폭력과 각종 신체적 폭력을 가해 사실상 죽음으로 내몰았다.


홍위병 완장 찬 마오쩌둥


[교유서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홍위병들 만행은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 소설을 각색해 문혁 때 저명 과학자가 딸을 포함한 군중이 보는 앞에서 홍위병들에게 폭행당해 숨지는 모습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넷플릭스 드라마 '삼체'(3 Body Problem)에도 잘 드러나 있다.

쑹빈빈은 문혁 후반부인 1972년 창춘지질대학에서 수학한 뒤 1980년 미국 유학을 떠나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삶을 살아오다가, 2003년 자신이 저질렀던 홍위병 악행으로 인한 피해자들 가족을 찾아 용서를 구하고 참회하는 노력을 했다.

그는 2014년 1월 함께 활동했던 홍위병들과 함께 베이징사범대 부속 여부중에 있는 볜중윈 교감 흉상을 찾아 공개로 사과했으나, 볜중윈 가족은 거짓 사과라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오쩌둥을 열렬히 지지하면서 홍위병 폭력 대장으로 활동했던 쑹빈빈과는 달리 그의 부친 쑹런충(宋任窮)은 문혁 시기에 고단한 삶을 살았다.

쑹런충은 항일전쟁과 국공내전으로 잔뼈가 굵은 인민해방군 고위급 장성이었으나, 마오쩌둥 적으로 몰려 문혁 시기 숙청됐다가 마오쩌둥 사망 이후 복권돼 중국 중앙자문위원회 부주석을 지냈다.

한편, 지난 9일 마오쩌둥 서거 48주기를 맞아 그의 고향인 후난성 샤오산시의 기념관과 선전 등 일부 지역에서 추모행사가 벌어졌으나, 중국 당국 차원의 행사는 없었다.

이와는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8월 22일 덩샤오핑 탄생 120주년을 맞아 "당과 인민, 국가와 세계에 뛰어난 공헌을 했다"며 그가 주창한 중국 특색 사회주의를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드라마 '삼체'


[넷플릭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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