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진 고문 "선친 세대가 만든 고려아연…꼭 우리 손 아니어도 된다"
기사 작성일 : 2024-09-24 17:00:16

장형진 영풍 고문, 와 인터뷰


이지은 기자 = 장형진 영풍 고문이 24일 서울 종로구 영풍빌딩에서 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9.24

송은경 기자 = "고려아연은 우리 아버님 세대가 만들었지만 그게 꼭 우리 손에 의해서만 돌아가야 하는 건 아닙디다."

장형진(78) 영풍[000670] 고문은 23일 종로구 서린동 영풍빌딩에서 진행된 와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은 주인이 어떻게 바뀌든지 영원히 잘 가길 바라고 또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재계에서 은둔형 경영자로 알려진 그는 언론 인터뷰에 한 번도 나선 적이 없으며 대외 활동도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9년 문재인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주재한 일본 수출규제 대책회의 참석이 거의 유일한 공개 행보로 알려졌다.

장 고문은 "많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는 기업공개대로 해놓고 지분은 한 15∼20% 가진 채 자기 개인 회사처럼 운영을 한다"며 한국 기업들도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창업주 가문이 3세대쯤 오면 지분이 잘게 쪼개져 공동 경영을 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며 영풍은 10년 전부터 이미 전문경영인 체제를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MBK와의 공개매수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이 아니라면서 "우리가 이들(MBK파트너스)과 손잡았다고 해서 적대적인가. 난 적대적이지 않다. 고려아연을 살리려고 한 사람이고, 한번 더 모범을 보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잘 못하고 (고려아연) 주가도 떨어지면 우리가 다시 사고, MBK가 잘해서 더 잘하는 사람한테 넘기겠다고 하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울산시와 고려아연 노동조합, 정치권에서도 국가기간산업 고려아연을 MBK에 넘길 수 없다고 반발하는 데에 대해선 예상했던 반응이라면서도 회사가 특정인과 특정집단의 이익을 위해 경영되는 걸 막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사모펀드가 아닌 일반 기업에 지분을 매각할 수 있지 않았냐는 질문엔 경영권을 가진 지분인지가 확실하지 않아 살만한 곳이 눈에 띄지 않았고, 이만한 자금을 투입할 수 있는 곳은 MBK뿐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MBK와 한배를 타게 된 구체적인 경위에 대해선 자신이 아니라 영풍 경영진이 먼저 'MBK 동맹'을 제안했으며, MBK를 "상당히 모범적이고 진취적이고, 믿음직한 회사라고 판단해 결정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장 고문은 이날 인터뷰에서 "고려아연 주주로서만 이야기하고자 한다"며 최 회장에 대해선 언급을 꺼렸다. 평소 언론에 보도되는 재벌 집안의 내부 갈등을 싫어했다며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다.

다만 2세와 3세 간 세대차에서 비롯되는 의사소통 부족이 있었다고 시인했으며, 경영 스타일도 달랐다고 인정했다. 공격적이고 진취적으로 신사업을 개척하는 최 회장과 안정적인 무차입 경영을 선호하는 장씨 가문 간 경영 방식에서도 갈등이 씨앗이 자라고 있었던 셈이다.

갈등이 커진 결정적인 계기로는 최 회장이 일방적으로 추진한 고려아연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자사주 상호교환을 꼽았다. 최 회장이 외부 자본을 끌어들이며 자기 세력을 넓히는 동안 장 고문 본인의 반대 의견은 듣지 않았다며 "그 얘긴 결국 '나 당신하고 안 하겠다'는 말"이라고 해석했다. 최 회장이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2년 동안 "(고려아연) 이사회에서 외로웠다"고도 말했다.

장 고문은 "나는 (신사업은) 하나하나 조심스럽게 하자고 했고 그런 면에서 의견차가 조금 있었다"면서 "신사업 개척에 반대한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 당연히 새로운 흐름을 따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고려아연의) 현 체제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며 MBK가 최 회장이 추진하던 사업을 그대로 이어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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