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 영입' 김판곤 "대표팀 감독은 '검증' 받아야 한다?…오해"
기사 작성일 : 2024-09-28 01:00:44

울산의 김판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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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최송아 기자 = 최근 홍명보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논란 등으로 곳곳에서 질타받는 대한축구협회의 현재 상황에 대해 프로축구 K리그1 울산 HD의 김판곤 감독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김 감독은 27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의 K리그1 32라운드 원정 경기를 마치고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에 "제가 파울루 벤투 감독을 선임할 때 검증한 부분을 두고 모든 감독을 '검증'해야 한다고들 생각하는데, 오해가 있는 것 같다"는 말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의견을 밝혔다.

김 감독은 2018년 1월 국가대표 감독선임위원장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2022년 1월 말레이시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기기 전까지 대한축구협회 고위직으로 일했다.

특히 2022 카타르 월드컵 16강을 이끈 벤투 전 대표팀 감독 영입 등을 주도해 행정가로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명보 감독이 논란 속에 7월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사령탑 공석이 된 울산을 이어 맡은 '후임자'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벤투 감독 선임 당시 우리가 더 검증하려 했던 건 중국이나 브라질, 그리스에서 실패한 적이 있기에, 우리가 완전히 원하는 후보가 아니었기 때문"이라며 "국내에서든 외국에서든 대표팀 감독은 최고 레벨의 지도자인데, 'PPT' 같은 것을 요구하는 건 우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화중인 벤투 감독과 김판곤 위원장


(파주= 이지은 기자 = 파울루 벤투 감독과 김판곤 국가대표감독선임위원장이 9일 오후 경기도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축구대표팀 훈련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표팀은 오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칠레와 친선경기를 펼친다. 2018.9.9

벤투 감독 선임 당시에도 에르베 르나르, 카를로스 케이로스 등 유명 지도자들이 후보로 거론된 바 있는데, 김 감독은 이들에 대한 사례를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르나르 감독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서 우승했고, 라커룸 리더십이나 선수단 장악, 경기 지배, 인품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감독이다. 그의 경우엔 내가 어디든지 만나러 가겠다고, '우리나라에 와서 해달라'고 사정했다"고 전했다.

이어 "제가 확인한 건 한국행이 그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한국에서 일할 의지가 있는 정도였다. PPT로 전술을 제시해달라는 식의 말은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케이로스도 모든 것이 다 검증된 감독이다. 그런 감독에게 무슨 PPT를 요구하겠나"라며 "'우리나라를 이란처럼 강력하게, 아시아 최고로 만들어달라'고만 했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사령탑 선임 과정에서 하나의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하지 못하고, 외부에도 설득력 있게 설명하지 못한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제가 보기엔 이번 대표팀 감독을 영입할 땐 오합지졸 된 팀을 누가 수습할지, 아래위 없고 선후배가 없어진 상황에서 누가 원팀을 만들지를 찾는 것 같았다"면서 "'이런 목적을 갖고, 이렇게 찾는다'고 국민과 미디어를 설득만 잘했다면 이런 사태는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왜 전력강화위원회 내에서조차 방향 설정이 되지 않고, 누구는 한국인, 누구는 외국인을 뽑아야 할 것 같다고 갈리고 오해가 있나 모르겠다. 간단한 문제에서 오해가 시작된 것"이라고 짚었다.


답변하는 홍명보 감독


신준희 기자 = 축구 국가대표팀 홍명보 감독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9.24

전력강화위원회와 위원장이 결국엔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도 안타까워했다.

김 감독은 "전력강화위원회와 위원장에게 대표팀 운영과 감독 선임·평가 등 모든 권한을 줬을 때 어떤 결과가 나왔나. 가장 강력한 대표팀에 가장 좋은 성적이 나오고, 모두 같은 철학과 시스템에서 공정하게 모두가 공감할 수 있지 않았나"라며 "누가 어느 날 왜 그런 권한을 빼앗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축구협회 내부에서 누가 왜 이런 결정을 해서 이렇게 대표팀을 어렵게 만들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격앙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 김 감독은 "정치하시는 분이나, 유튜버나 정말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뭔지 지혜롭게 판단해야 한다. 월드컵에 못 나가면 누가 책임질 거냐?"며 직언하기도 했다.

이어 "벌써 두 경기를 치렀고, 다음 두 경기가 내일모레다. 이런 것에 에너지를 쏟아야지 감독 면박을 주고 힘을 빼고 팀을 와해시킬 때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내일모레 (10월 A매치) 대표팀 명단발표다. 감독은 선수를 보고 집중해야 한다. 이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면서 "잘못된 건 뭐라고 하고, 그다음엔 감독에게 책임지라고 하라. 감독 뽑은 사람에게도 나중에 책임지라고 하면 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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