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리크스' 어산지 석방 후 첫 활동…"저널리즘은 범죄 아냐"
기사 작성일 : 2024-10-02 15:00:58

줄리언 어산지


1일(현지시간)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평의회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 = 정부 기밀을 폭로해 미국 방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풀려난 위키리크스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석방 후 첫 공개 활동을 갖고 자신이 정의보다는 자유를 선택해 풀려났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호주 AAP통신 등에 따르면 어산지는 전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평의회 인권위원회에 출석해 자신이 취재원에게 정보를 요구해 얻었고 그 정보가 무엇인지 대중에게 알렸는데, 이런 일들을 유죄라고 인정한 덕분에 풀려나게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어산지는 미국 법원으로부터 최대 175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었지만, 유죄를 인정해 형량을 줄일 수 있었다며 "나는 결국 실현 불가능한 정의 대신 자유를 선택했다. 정의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어산지는 "저널리즘은 범죄가 아니라 자유롭고 정보에 입각한 사회의 기둥"이라며 "근본적인 문제는 간단하다. 언론인은 자기 일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표현의 자유와 그로부터 흘러나오는 모든 것이 어두운 갈림길에 서 있다"며 "자유의 빛이 사라지지 않고 진실 추구가 계속되며 소수의 이익에 의해 다수의 목소리가 침묵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각자 역할을 다하자"고 말했다.

호주 출신 어산지는 미국 육군 정보분석원인 첼시 매닝을 설득해 기밀로 취급되는 외교 전문과 국방 정보를 빼돌려 2010년 위키리크스를 통해 폭로했다.

당시 폭로 문건에는 미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저지른 살상 행위 등이 담겨 있었다.

이에 미국은 어산지가 이라크와 아프간에 주둔하는 군인을 비롯해 국가 안보를 위험에 빠뜨렸다며 방첩법 등 18개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그는 영국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등에서 도피 생활을 하다 2019년 영국 당국에 체포돼 5년 동안 구금됐다.

어산지는 미국으로 송환될 위기에 놓였지만, 어산지 측 변호인단은 18개 혐의 중 한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석방되도록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도) 협상을 제안했다.

당초 미 법무부는 플리바게닝에 부정적이었지만, 영국 정부의 미국 인도 명령에 항고한 어산지가 승소하면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미 검찰은 호주 국적자인 어산지에게는 표현과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 미국 수정헌법 제1조가 적용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는데, 영국 고법은 어산지가 차별적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해 항고를 허용했다.

결국 미 법무부는 플리바게닝 협상을 받아들였고, 지난 6월 어산지는 미국령 사이판 법정에 출두해 국방 정보 획득 및 유포를 모의한 혐의 한 건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뒤 영국에서 수감돼 있었던 기간과 동일한 5년 2개월 징역형을 선고받고 풀려나 호주로 귀국했다.

유럽평의회 인권위원회는 이번 회의에서 어산지가 정치범 자격을 갖추고 있으며, 그에 대한 가혹한 처우에 깊은 우려를 표하는 결의안 초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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