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윤 대통령-이시바 총리, 한일 '숙제'부터 해결을
기사 작성일 : 2024-10-03 14:00:02

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신임 일본 총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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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신임 일본 총리가 2일 오후 첫 통화를 했다. 통화는 이시바 총리의 취임 다음 날 곧바로 이뤄진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일 양국이 중요한 이웃이자 파트너라는 점을 들며 정상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 증진을 강조했고, 이시바 총리도 긴밀한 소통과 연대를 희망했다. 이시바 총리가 내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정상회의를 계기로 윤 대통령과 한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는 일본 공영방송 NHK 보도도 3일 나왔다. 한일관계 난제가 적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 지도부 교체 이후 양국 정상 간의 대화나 만남이 신속히 이뤄지고 소통과 협력 방침을 재확인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시바 총리는 과거사 문제나 역사 인식에서 다른 자민당 내 강경 보수 인사들과는 달리 비교적 온건한 시각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하지 않았으며, 일본의 전쟁 책임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그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되자마자 한일관계의 발전적 계기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됐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무 낙관적 기대는 섣부르다. 강경보수 기류가 여전한 자민당 내에서 이시바 총리의 비주류로서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는 존재하며, 평소 그가 방위력 강화를 주창해왔다는 점에서 주변국과 새로운 마찰을 빚을 소지도 있다.

한일 정상 간, 또 양국 내각 간 소통과 협의 채널 역할이 막중하다. 문재인 정부 당시 최악일 정도로 악화했던 양국 관계는 어느 정도 복원되고 협력 기조가 재구축됐지만 나아가야 할 길은 멀다. 열쇠는 일본이 쥐고 있다. 여전히 부족한 과거사에 대한 분명한 인식 표명에서 출발해야 한다. 1995년 무라야마 담화나 1998년 한일 파트너십 선언 등 일본이 사죄와 반성을 보일 때 미래지향적 관계가 열렸지만 그렇지 않으면 뒷걸음질 쳐온 게 한일관계다. 이시바 내각의 이와야 다케시 신임 외무상은 2일 첫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를 '매우 중요한 양자관계'라고 평가하며 "착실히 미래를 향해 발전시켜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그 모든 것은 일본에 달려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윤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통화에서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맞는 내년에 한일관계가 한 단계 더 도약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 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계속 발굴하도록 함께 노력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새로운 사업도 중요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정권 시절 매듭짓지 못한 밀린 '숙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이시바 총리의 한일관계 첫 시험대가 될 것이다. 강제징용 배상금 관련한 제3자 변제안 등 우리 정부의 선제적 노력에 호응하는 남은 물 '반 컵'을 채우기 위한 일본의 구체적 조치, 사도광산 세계유산 등재 당시 약속했던 후속 조치 등 일본 정부가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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