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49일 추모제…"철저한 진상 규명 촉구"
기사 작성일 : 2024-10-09 17:00:29

부천 호텔 화재 참사 49일 시민 추모제


[촬영 황정환]

(부천= 황정환 기자 = 경기 부천 호텔 화재 발생 49일을 맞아 희생자 7명을 기리는 추모제가 9일 열렸다.

부천화재참사유가족모임은 이날 오후 3시께 부천시청 앞에서 '다시는, 누구도, 잃고 싶지 않습니다'라는 주제로 추모제를 개최했다.

추모제에는 유족을 비롯한 시민 등 주최 측 추산 150여명이 참석했으며,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유가족과 대구지하철 참사 유가족 등도 함께했다.

추모제는 3대 종단(개신교, 천주교, 불교)의 종교의식으로 시작했다.

송근석 부천화재참사유가족모임 공동대표는 대회사를 통해 "참사 이후 제 아들을 비롯해 희생자를 생각하면 숨을 쉬기 힘들 정도로 가슴이 저민다"며 "이 세상에서 다하지 못한 일을 하늘에서는 맘껏 할 수 있도록 기도해 달라"고 말했다.

가족을 허망하게 잃은 다른 유족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고인에게 추모 편지를 낭독했다.

딸을 잃은 엄마 양모씨는 "얼마 전에 회사에서 떡볶이가 나왔는데, 네가 해준 떡볶이가 가장 맛있었던 게 생각 나서 차마 먹을 수가 없었다"며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지만 너의 동생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눈물을 훔쳤다.

희생자 4명의 사연이 전해지자 유족과 시민들은 고개를 떨구며 흐느꼈다.

추모제에는 시민들이 추모할 수 있는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시민들은 흰 국화꽃 한송이를 들고 희생자를 추모하고 포스트잇에 저마다 희생자를 위로하는 글을 적었다.

게시판에는 '기억하겠습니다', '미안합니다', '다시는 누구도 잃지 않고 싶습니다' 등의 글귀가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분향소를 찾은 김태진(45)씨는 "본인 실수가 아닌데 희생자가 나와서 안타깝다"며 "불이 난 이후에라도 대처가 잘 됐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다"고 전했다.


추모 글 남기는 시민들


[촬영 황정환]

유가족모임은 사전 논의를 통해 마련한 5가지 요구사항을 낭독했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유가족의 현장 방문 허용, 부천시의 부실 대응 사과, 철저한 소방 점검, 정부의 재발 방지 대책 수립 등이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부천 호텔 화재 사고 수사본부는 지난 8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건물 소유주 A(66)씨 등 4명의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김성현 부천화재참사유가족모임 공동대표는 "고인들은 소방 구조 활동 이전에 사망했다"며 "소방이 적극적으로 인명 구조에 힘을 썼더라면 이들의 목숨을 살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후 참석자들은 부천시청에서 화재 호텔까지 약 400m 구간을 걸은 뒤 헌화와 묵념으로 추모제를 마무리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 8월 22일 오후 7시 34분께 부천 중동의 한 호텔에서 발생해 사망 7명, 부상 12명의 인명피해를 냈다.


부천 화재 참사 추모제에 참석한 유족


[촬영 황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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