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드러나는 北의 러 파병 정황, 국제사회와 적극 대응해야
기사 작성일 : 2024-10-17 18:00:59

의회 연설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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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러시아를 돕기 위해 전투 병력을 파병하고 실제 전투에도 참여하고 있는 듯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의회에 출석해 "북한이 무기뿐 아니라 인력을 러시아에 공급한다"며 "푸틴의 범죄자 연합에 북한도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은 구체적으로 북한군 약 3천명이 러시아군 제11 공수돌격여단 산하 '부랴티야' 특별대대에 편제됐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이를 공식 부인하는 가운데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북·러 군사 밀착에서 엿보이는 정황상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는 게 국내외 정보당국의 판단이다. 실제로 북한이 우크라이나전에 포탄과 탄도미사일을 제공하는 차원을 넘어 병력까지 파견했다면 이는 국제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중대사안이 아닐 수 없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특별군사작전'이라는 명분으로 주권 국가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은 유엔 헌장을 위반한 명백한 침략 행위다. 여기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점령지 내에서 민간인을 학살하고 어린이를 납치하는 전쟁범죄를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국제형사재판소(ICC)는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해놓은 상태다. 이런 러시아에 북한이 대량의 무기를 수출하고 파병으로 전쟁 수행까지 돕는다면 이는 침략전쟁 방조 행위나 마찬가지다. 아무리 이해가 맞아떨어진다손 치더라도 유엔이 불법으로 규정한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러시아의 2중대로서 전범국가의 공범이 되는 길이다.

북한군의 실제 파병 규모나 역할, 그리고 북한이 파병하더라도 전쟁 판도에 영향을 끼칠지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파병 그 자체로 북·러 군사 밀착이 동맹 수준으로 격상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큰 우려를 낳고 있다. 러시아가 지난 6월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관계에 관한 조약'을 비준하는 법안을 최근 하원에 제출한 것이 새로운 단계에 접어든 북·러 군사협력을 상징하고 있다. 조약에는 쌍방 중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을 경우 다른 일방이 지체없이 군사작전을 제공하는 내용이 들어있다. 1961년 북한과 옛 소련이 체결했다가 소련 해체 후 폐기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이 사실상 복원된 것이다.

북한의 파병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해가 된다.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당장의 지원을 받아 북핵·미사일 위협을 고도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유사시 러시아에 동일한 수준의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대남 오물 풍선 도발과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전파 교란에 이어 남북을 연결해온 동해·경의선 도로까지 폭파한 것도 러시아의 뒷배가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우리로서는 국제사회와 더욱 긴밀히 공조하며 대응하는 수밖에 없다. 특히 한미일 삼각 협력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유엔의 틀을 활용해 북한군 파병 실태를 조속히 파악하고 전방위적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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