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시기상조' vs '빨리 발동' 의견 엇갈려
기사 작성일 : 2024-10-21 17: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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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지현 기자 = 정부가 도입을 검토하는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 '시기상조'라는 의견과 '빨리 발동해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렸다.

자동조정장치란 인구 구조나 경제 상황에 따라 '내는 돈'인 보험료율과 받는 연금액, 수급 연령 등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장치다. 정부는 가입자 수와 기대 여명 변화를 반영해 기존 수급자의 연금액 인상률을 조정하는 안을 내놓은 바 있다.

보험연구원과 국민연금연구원, 한국연금학회는 21일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정부연금개혁안 평가와 다층노후소득보장'을 주제로 공동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 발표에 나선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과거와 달리 노년 부양 자원이 갈수록 감소해 후세대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이를 사전에 절감하는 수지 균형에 대한 책임은 현세대에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러한 측면에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2%라는 정부의 재정안정 중심 연금개혁안이 적절하다고 보면서도, 자동조정장치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은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한 외국 사례를 보면 먼저 수지 균형을 구축한 후 자동조정장치를 도입해 (급여) 변화 폭이 작은 반면, 우리나라는 현재 수지 불균형이 크기 때문에 다른 재정 안정화 개혁과 자동조정장치가 결합하면 급여 하락의 폭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합의 방식으로 재정이 일정한 안정적 수준에 다다르면 도입을 검토해야 하며, 지금은 시기상조다"고 말했다.


[그래픽]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시 재정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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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성혜영 국민연금연구원 연구위원은 보험료 인상 등으로 수지 균형을 맞출 여력이 있어 자동조정장치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에 대해 "지역가입자에게 13% 이상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게 과연 가능하겠나"라고 반박했다.

제2차 국민연금재정계산 보고서에 의하면 국민연금 보험료율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15%다. 또 노동시장과 고용 형태가 급격히 변하는 상황에서 지역가입자를 대상으로 요율을 올리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성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인구 변화 양상이 '압축적인 고령화'로 나타나고 있다며 "후세대 부담 완화를 위해 연금액을 조정하려고 한다면 빨리 자동조정장치를 발동해 재정 균형을 달성하고 발동을 끝내는 게 타당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재정 균형이 필요 없다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은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재정 균형은 필요하나 자동조정장치에 동의할 수 없다면 다른 방식으로의 재원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제시하라"고 자동조정장치 반대론자들에게 요구했다.


연금개혁 관련 브리핑 하는 이기일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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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을 충분히 납부하지 못한 현세대의 빈곤 해소를 위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데는 의견을 같이했다.

오 위원장은 "세대별 차등 보험료율은 국민연금의 형평성 문제를 개선할 것"이라면서도 "저임금 노동자와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적은 경력 단절 중장년에게는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연구위원도 "크레딧, 보험료 지원 제도로 확보할 수 있는 가입 기간이 보장된다는 확신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국민연금의 보완재로 기초연금을 제시하며 "자동조정장치가 재정 평가 기간 초기에 발동하면 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인상분을 기초연금이 보완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강성호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정·인구·경제 환경·세계화 추세를 고려하면 공적연금만으로는 노후 소득 보장에 한계가 있다"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노후 소득 보장 강화 방안으로 내세웠다.

강 위원은 "퇴직급여 제도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연금으로 수령할 시 세제 혜택을 강화하는 등 적용자를 늘려 연금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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