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울산!] 제조 공정을 가상세계 3D로 구현…"생산 효율 극대화"
기사 작성일 : 2024-10-28 08:00:15

[※ 편집자 주 = 울산은 '산업 수도'로 명성을 이어왔습니다. 자동차·조선·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요 산업을 이끌어온 대기업이 토양을 닦은 곳이지만, 이제는 스타트업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새로운 지역 경제의 씨앗을 뿌리고 있습니다. 는 울산 지역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도전을 응원하는 기획기사를 매월 한 꼭지 송고합니다.]


회의하는 팀솔루션 임직원들


[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울산= 장지현 기자 = "제조 산업에 디지털 전환이라는 거대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 커다란 기회 속에서 산업의 표준이 되는 설루션으로 자리 잡고자 합니다."

울산 중구 우정혁신도시에 본사를 둔 스타트업 '팀솔루션'을 이끄는 김지인 대표의 목표다.

김 대표가 2017년 엔지니어인 남편, 남동생과 3명이라는 인원으로 시작한 이 스타트업이 이제 시리즈 A(초기) 단계를 지난 유망 벤처기업으로 거듭났다.

팀솔루션은 제조업 현장에 디지털 트윈 설루션을 제공한다.

디지털 트윈은 현실 세계의 기계, 장비, 사물 등을 컴퓨터 속 가상 세계에 3D 형태로 구현하는 첨단 기술이다.

조선소, 대형 공장 등 복잡한 생산 공정을 가상에 그대로 옮겨 각종 변수를 예상하고 공정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 제조업 디지털 전환(DX)의 핵심으로 불린다.

팀솔루션이 지난해 출시한 '팀플로우' 서비스는 사용자가 직접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변경 사항을 반영할 수 있도록 돕는 클라우드 기반 플랫폼이다.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자동차,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 제조 현장에서 운용되고 있다.


팀솔루션이 제공하는 디지털 트윈 서비스 패키지


[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 남편인 이규홍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조선업 협력업체 근무 시절 경험이 창업의 계기가 됐다.

당시 이 CTO는 작업 환경이 복잡하고 설계가 수시로 변경되기로 유명한 해양플랜트 공사 현장에서 공사 진행 상황을 관리했다.

공기 지연을 줄일 방법을 고민하던 그는 그날 해야 할 공정을 알아보기 쉽게 시각화한 책자를 만들어 현장 작업자들에게 배포하기 시작했다.

복잡한 공정을 단순화해 의사결정 과정을 줄이자 공정률이 80% 이상 개선됐다. 이 조치는 원청사의 요청으로 공사 현장 전체로 확대되기까지 했다.

곧 조선업계에 최악의 경기 침체가 닥쳤지만,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을 결심할 수 있었다고 김 대표는 전했다.


회의하는 팀솔루션 임직원들


[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창업 초기 울산에 지원 인프라가 부족해 맞닥뜨린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한때는 업무 공간조차 없어 부부가 사는 집에 사무실을 꾸려야 했다.

그는 "울산은 대기업 생태계가 매우 강력한 도시"라며 "초기 창업기업 입장에서 좋은 고객들이 가까이 있다는 점은 장점이었지만, 창업 지원 인프라는 굉장히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여러 차례 울산시에 공간 지원을 요청한 끝에 결국 혁신도시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연구소 한편에 공간을 얻어 연구개발(R&D)을 진행할 수 있었다.

다만 투자 유치는 여전히 큰 벽이었다.

지역에 액셀러레이터(초기 창업자를 발굴하고 투자하는 비영리법인)가 전무해 서울까지 가서 투자 설명회를 열어야 했다.

김 대표는 "설명회에서 투자자들에게 울산에서 정보기술(IT) 기업을 운영한다고 하니 다들 미친 사람처럼 보더라"며 웃었다.

고군분투 끝에 서울에서 첫 투자를,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두 번째 투자를 받았고, 그렇게 조금씩 모인 투자금으로 연구소를 차렸다.

연구와 서비스 개발을 거듭한 끝에 팀솔루션은 디지털 트윈 서비스 패키지를 지난해 시장에 출시했다.

최근에는 일본의 요꼬가와전기와 리셀러(재판매) 계약을 맺는 등 해외 시장에도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팀솔루션 김지인 대표


[팀솔루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 대표는 "우리나라 IT가이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기업간 거래(B2B) 영역에서는 다들 외국의 설루션을 사용한다"며 "디지털 전환이라는 산업의 바람 속에서 표준이 되는 설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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