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은 인도…"러, 서방제재 뚫고 엔비디아 AI칩까지 수입"
기사 작성일 : 2024-10-28 18:00:56


나렌드라 모디(왼쪽) 인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EPA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김정은 기자 = 인도 뭄바이의 한 제약회사가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칩이 장착된 최첨단 서버를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자체 분석을 통해 28일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무역 데이터 업체인 '임포트지니어스'(ImportGenius)와 'NBD'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인도 제약업체 '슈레야 생명 과학'(Shreya Life Sciences)은 지난 4∼8월 글로벌 IT(정보통신)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의 최첨단 서버 1천111대를 러시아에 수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파워에지 XE9680'(PowerEdge XE9680)으로 알려진 이 서버에는 엔비디아나 AMD가 만든 AI에 최적화된 고성능 프로세서가 들어가 있는 것으로 델의 웹사이트에는 나와 있다.

발송된 998대의 서버에 대한 세부 내역에는 이 서버들이 엔비디아의 AI칩인 H100을 장착하고 있음이 명시돼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 서버와 그 안에 들어있는 칩들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의 군산복합체를 겨냥해 지정한 수출 제한 품목 명단에 올라 있는 것들이다.

이 서버들은 3억 달러(약 4천155억원) 상당 규모로, 러시아 무역 회사 '메인 체인'과 'I.S LLC'가 수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특히 이는 슈레야가 지난 2022년 9월 이래 러시아에 완전히 합법적으로 수출한 첨단 기술 제품의 일부일 뿐이라고 전했다.

러시아 업체 '메인 체인'은 슈레야 외에도 '헤이어스 인포테크'(Hayers Infotech Private Limited)라는 인도 업체에서도 기술 제품을 수입했으며, 이 두 인도 업체가 2022년 2월 이래 러시아에 수출한 최첨단 제품은 총 4억3천400만 달러(약 6천억원) 상당 규모로 분석됐다.

블룸버그는 이는 러시아가 군사적 사용 가능성이 있는 민군 이중용도 기술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서방 정부가 기울여온 제재 시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인도 정부는 미국과 EU가 러시아를 상대로 가한 제재에 동참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인도에서 러시아와 사업을 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다.

인도는 쿼드(Quad·미국·일본·호주·인도의 안보 협의체)를 통해 서방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러시아와도 전략적 파트너로 가까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는 오랜 기간 러시아 군사 장비에 의존하고 있기도 하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서방은 러시아를 상대로 전면적인 제재에 나섰지만 인도는 이에 동참하지 않았고, 오히려 제재로 판로가 막힌 러시아산 석유를 값싸게 사들이고 무기 수입도 계속하면서 러시아의 새로운 핵심 경제 파트너로 부상하고 있다.

서방 각국은 러시아가 인도에서 민감한 기술 품목을 우회 수입하고 있는 문제에 대해 인도에 문제를 제기했고, EU는 인도에 기반을 둔 몇 개 업체에 이미 제재를 가했지만, 인도 측에서는 거의 반응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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