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소위 만장일치 없이도 진정 기각·각하 가능해져(종합)
기사 작성일 : 2024-10-28 20:00:41

국가인권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제공]

정윤주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소위원회 위원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이 자동 기각되도록 하는 내용의 안건이 1년여간 해묵은 논쟁 끝에 전원위원회에서 통과됐다.

인권위는 28일 제20차 전원위에서 '소위원회에서 의견 불일치 때의 처리' 안건에 대한 표결을 거쳐 재적 인원 11명 중 찬성 6명, 반대 4명으로 해당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소위 구성위원 3명 중 1명만 반대하더라도 진정을 전원위에 회부시키지 않고 기각 또는 각하로 배척될 수 있도록 소위 운영 방식을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안건은 지난해 김용원·이충상 상임위원 등 인권위원 6명 주도로 발의됐다.

이들은 현재 인권위법이 소위에서 구성위원 3명 이상 출석 및 3명 이상의 찬성으로 안건을 의결토록 해 소위에 진정되는 사건은 많지만 '가결도 부결도 아닌 상태'가 계속될 수 있고, 진정 처리의 시급성을 확보하지 못한다고 주장해왔다.

인권위 안팎에서는 이 안건이 통과될 경우 합의제 기구인 인권위의 의사결정이 왜곡되거나 피해자가 보호받지 못할 우려가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간 소위에서는 1명이라도 안건에 반대할 경우 합의에 이를 때까지 토의를 이어가거나, 전원위에 회부해 논의하는 게 관례였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에서 김용원·이충상·김종민·한석훈·이한별·강정혜 위원 등 6명은 안건에 찬성했고, 남규선·원민경·김용직·소라미 등 4명은 반대했다.

안창호 위원장은 기권했다.

남규선 상임위원은 이날 회의에서 줄곧 안건 표결을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하며 "인권위는 그간 소위원회에서 표결 없이도 서로 합의하기 위해 노력했고, 합의가 되지 않으면 안건을 재상정하거나 전원위에 보냈다"고 설명했다.

남 상임위원은 "인권위가 다음 달이 되면 설립한 지 23년인데, 지금까지 20만건에 달하는 진정을 접수한 조직인 인권위가 이런 결정을 가볍게 내려도 되는 것인가"라고 항의했다.

이충상 상임위원은 "인류는 그간 천동설을 믿어왔지만 아이작 뉴턴이 지동설을 입증해 뉴턴 이후로는 지동설에 의문을 갖는 인간이 없다"며 "이 안건에 대해 저는 뉴턴에 해당한다. 시간이 지나면 제 발언이 맞는 것으로 확립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한석훈 상임위원은 "소위에서 의견이 합치되지 않을 경우 표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현 3인 구성으로는 의결 정족수를 충족할 수 없다. 의결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할 경우 안건을 기각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안 위원장은 "(안건 통과로)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이 부분에 대해 논의하고,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하도록 하겠다"며 "개인적으로, 법리적으로는 이 안건이 타당하다고 생각하지만, 여러분의 우려를 고려해 기권하겠다"고 말했다.

인권위에서 지난해부터 논란이 된 이 안건은 이날로 총 14회 전원위에 상정됐다.

앞서 김용원·이충상 등 6명의 위원은 해당 안건을 표결하자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수개월간 전원위 회의에 불참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바 있다.

이날 전원위에서는 현재 3인으로 운영되는 소위원회를 4인으로 구성하자는 내용의 안건도 통과됐다. 다만 4인 체제 소위에서 찬성과 반대가 2대 2 동수가 될 경우에는 소위 안건을 전원위에 회부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35개 인권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국가인권위원회 바로잡기 공동행동'에서 활동하는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는 와의 통화에서 "인권위는 인권을 침해당한 사람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기관인데, 진정을 자동 기각·각하하는 잘못된 방법으로 어떻게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 의결 회피 규탄'


이지은 기자 = 이충상 인권위 상임위원(왼쪽)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위원회 의결정족수 안건에 대한 의결 회피 관련 인권위원 6명의 공동성명서를 읽은 후 부연 설명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용원 상임위원. 2024.6.26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