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 총리 "'러와 멀리하라' 美 요구 거부했다"
기사 작성일 : 2024-11-02 12:00:57

안와르 말레이시아 총리(왼쪽)와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방콕= 강종훈 특파원 =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러시아와 우호 관계를 맺지 말라는 미국 요구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2일 현지 매체 프리말레이시아투데이와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안와르 총리는 전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방대학교(UPNM) 학생들과 만난 행사에서 지난달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과의 대화 내용을 공개했다.

안와르 총리는 "'러시아와 친하게 지내지 말라'는 미국 요구에 나는 '그것은 당신들의 문제이고, 우리에게 지시하지 말라'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그는 "'말레이시아는 독립적인 주권국이고, 우리 국민과 국가를 위한 결정을 내린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안와르 총리는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기간 블링컨 장관과의 회담에서 이러한 대화가 오갔다고 설명했다.

중립적인 실리 외교를 추구하는 말레이시아는 미국과도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나 최근 중국, 러시아에 밀착하는 듯한 행보를 보여왔다.

안와르 총리는 지난 9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동방경제포럼(EEF)에 참석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만나 협력 강화를 논의했다.

그는 당시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는 어려움에 부닥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결의를 보여왔다"고 찬사를 보내며 "이러한 경험이 우리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와르 총리는 러시아 관영 RIA통신 인터뷰에서는 서방국 편에 서서 러시아와 맞서는 것은 말레이시아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내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 정상회의에 푸틴 대통령을 초청했다.

이슬람국인 말레이시아는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신흥 경제국 연합체 브릭스(BRICS) 가입도 신청한 상태다.

반면 가자 전쟁 국면에서 이란과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며 미국과는 마찰을 빚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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