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집권 연장' 시동거나…튀르키예 범여권서 개헌론
기사 작성일 : 2024-11-06 03:00:59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AF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 김동호 특파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선거에 다시 나설 수 있도록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고 국영 TRT하베르 방송 등이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데블레트 바흐첼리 민족주의행동당(MHP) 대표는 이날 튀르키예 의회 연설에서 "테러가 뿌리뽑히고 물가가 잡힌다면, 튀르키예가 정치·경제적인 안정에 도달한다면 우리 대통령이 한 번 더 선출되는 것이 자연스럽고 옳은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런 맥락에서 필요한 헌법적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 우리가 앞에 놓인 과제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은 국가의 연속성, 정치적 안정성, 그리고 '튀르키예의 세기' 건설을 보장하는 사람이며 우리의 유일한 선택"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MHP는 원내에서 집권 정의개발당(AKP)과 정책연대 중인 범여권 정당이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 5월 재선에 성공한 직후 쿠데타 세력이 만든 헌법을 뜯어고치자며 개헌 방침을 밝혔고, 집권 정의개발당(AKP)도 최근 개헌론을 의제로 앞세우고 있다.

범여권이 개헌론 띄우기에 나선 것은 한때 70%를 넘겼던 물가상승률이 40%대까지 내려온 데다 환율 변동 폭도 적어지는 등 경제가 안정세를 보였다는 자신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행 튀르키예 헌법은 대통령 중임까지만 허용하지만, 중임 대통령 임기 도중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경우 다시 한번 대통령 후보 자격이 주어진다고 규정한다. 22년째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재 중임 임기 중이다.

의원 정수 600명의 5분의 3인 36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개헌안을 국민투표에 부칠 수 있으며, 조기 선거 의결도 정족수가 같다. 하지만 AKP와 연대하는 정당들을 합쳐도 321석에 불과해 개헌이나 조기선거 등을 자력으로 추진하기는 힘들다.

이미 범여권은 57석을 가진 친쿠르드족 성향의 인민평등민주당(DEM)을 향해 구애에 나선 모습이다.

일례로 지난달 바흐첼리 대표는 투옥 중인 쿠르드노동자당(PKK)의 지도자 압둘라 외잘란이 조직을 버리고 폭력을 멈추겠다고 약속하면 그를 사면할 수 있다고 파격적인 발언을 내놨다.

튀르키예가 쿠르드족 분리주의 무장세력인 PKK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하고 이들의 거점인 이라크와 시리아 등지에서 수년간 군사작전 중이라는 점에서다.

2003년 총리로 처음 집권한 에르도안 대통령은 의원직을 최대 3연임으로 제한한 당규 탓에 총리직 4연임이 불가능해지자 2014년 튀르키예 사상 최초의 직선제 대선을 거쳐 대통령이 됐다.

1954년생인 그는 빈민가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자수성가형의 입지전적 인물이다. 튀르키예 국부로 추앙받는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 이후 가장 강력한 지도자라는 평가와 함께 '21세기 술탄'이라는 수식어도 따라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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