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격변] ⑥ 동해안 터줏대감된 방어…뜨거운 바다에 변화한 '어장지도'
기사 작성일 : 2024-11-10 07:01:11

[※ 편집자 주 = 최근 폭염과 기후 온난화로 강원에서도 이상 기후 피해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는 주민과 관광객 불편뿐만 아니라 농작물 수급 불안으로 물가 상승, 경기 침체 등 또 다른 재앙을 예고하는 상황입니다. 는 강원 도내 바다와 해안, 농어촌 최일선 기후변화 현장을 점검하고, 미래 대응을 위한 실마리를 모색하는 기획 기사를 격주로 송고합니다.]


한반도 바다, 수온상승 생태변화 (PG)


[장현경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춘천= 강태현 기자 = 지구 온난화로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우리나라 어장지도가 변화하고 있다.

강원 동해에서는 '국민 생선'으로 불리던 명태의 씨가 마르고, 동해안 대표 어종인 오징어는 어획량이 줄어 가격이 오르면서 '금징어'가 됐다.

반면 난류성 어종인 방어는 제주도가 아닌 강원 앞바다의 터줏대감으로 새로이 자리를 잡고 있다.

심지어 아열대성 어류인 참치까지 동해안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밥상에 오르는 생물종이 다양해졌다며 이 같은 변화를 반기는 이들도 있지만, 급격한 환경변화와 이상 수온 등으로 인한 피해가 반복되면서 수산업 종사자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강원 고성연안 방어 '풍년'


[ 자료사진]

◇ 따뜻한 바다에 사는 방어…이제는 어획량 1위의 동해안 '대세 어종'

우리나라 바다는 전 지구 해양에서 수온 상승률이 높은 해역 중 하나로 꼽힌다.

10일 국립수산과학원의 '2024 수산 분야 기후변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연근해 평균 수온은 56년간 1.44도 올라 전 지구 평균의 2배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특히 동해에서는 수온이 1.9도 올라 서해가 1.27도, 남해가 1.15도 오른 것과 비교해 상승 폭이 컸다.

이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은 어종 중 하나는 방어다.

보고서에 따르면 방어, 전갱이, 삼치는 지난 40년간 어획량이 꾸준히 늘었다.

강원특별자치도 글로벌본부의 어획 동향을 살펴보면 2017년까지만 해도 방어는 어획량이 적어 집계조차 되지 않는 소수 어종이었다. 그러다 어획량이 점차 늘면서 이제는 동해안의 '대세'가 됐다.

특히 2022년과 2023년에는 어획량이 각각 6천137t, 4천787t을 기록해 방어가 2년 연속 동해안 어획량 1위를 기록했다.

수산 당국은 수온 상승으로 강원 앞바다가 방어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으로 바뀐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수온 상승으로 아열대성 어종인 참치 역시 동해안에 모습을 보인다.

지난해 6월에는 강릉 주문진 앞바다에서 무게 160㎏에 달하는 초대형 참치가 정치망 그물에 걸려 위판됐다.

실제 국립수산과학원이 연안 정치망의 아열대성 어종 출현을 조사한 결과 제주 29.4%, 동해 13.2%, 남해 12.6% 순으로 높은 출현 비율을 보였다.

다만 청어와 복어 등 한류성 어종의 어획량도 일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기도 했다.


강릉 앞바다에서 잡힌 초대형 참치


[강릉수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 수온 상승에 '금징어'된 오징어…씨 마른 '국민 생선' 명태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어종에 밀려 이제는 '귀한 몸'이 된 것들도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대부터 살오징어의 어획량이 급감했고, 멸치와 고등어도 감소하거나 정체 상태다.

동해안에서는 오징어의 어획량이 2014년 9천846t에 달했지만, 매년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1천385t에 그치며 1위 자리를 방어에 내어줬다.

수산 당국은 동해 수온 상승과 단기적으로 나타나는 급격한 해수 온도 변화로 인해 오징어장 형성이 제대로 되지 않은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오징어는 기후변화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표층에 주로 서식하는 탓에 환경 변화에 비교적 취약하고, 중국 어선들의 남획 대상이 되기도 해 밥상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

이런 탓에 과거 피서철이면 동해안에서 매년 열리던 오징어 맨손잡이 등 관련 축제도 대부분 열지 못하고 있다.


중국어선 남획과 수온 상승 영향으로 씨 마른 오징어(CG)


[TV 제공]

명태 역시 어획량이 급감하면서 이제는 동해안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해양수산부가 고갈된 명태 자원을 회복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수정란을 부화해 키운 어린 명태를 바다에 푸는 '명태 살리기 사업'을 10년째 하고 있지만 바다 환경 변화에 발맞추기는 역부족이다.

명태의 주산지로 관련 축제까지 열던 고성에서는 이제 '명태 없는 명태 축제'를 열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전국 도루묵 위판량의 약 70%를 차지할 정도로 동해안의 겨울철 대표 어종인 도루묵도 씨가 말랐다.

이 역시 겨울철 수온이 올라 적정 산란 수온의 형성 기간이 짧아지면서 연안으로 유입되는 어군이 감소해 생산량에도 영향을 끼친 탓이다.


해양 수온 상승 (PG)


[양온하 제작] 일러스트

◇ 조업 포기하는 어민들…2100년까지 수온 최대 4도 더 올라

어장지도의 변화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건 어민들이다.

국민 수산물인 오징어가 자취를 감추면서 수입이 줄어든 어민들은 조업을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획량 감소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오징어가 '금징어'라 불리며 시민들도 구매를 망설이는 상황이 됐다.

양식업 피해도 상당하다. 이상 수온으로 인해 양식생물 피해가 증가하고 독성해파리가 출현하거나 패류독소, 양식생물 질병 등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국립수산과학원 보고서에 따르면 여름철 양식생물의 한계 수온을 웃도는 고수온이 발생하면 생체 내 대사와 면역력 등 생리 기능 약화로 질병에 노출되기 쉬운 상태가 돼 폐사가 발생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앞바다가 앞으로 더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게다가 수온 상승 속도도 눈에 띄게 빨라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2100년까지 시나리오에 따라 1∼4도 오릴 것으로 전망했다.

기후변화가 수산자원의 어장변동과 어획량에 큰 영향을 미치면서 당국은 관련 상황 모니터링을 통해 관리 체계를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 고수온에 대비하기 위해 고수온 내성 품종과 고수온 대응 신품종 개발연구를 추진하는 등 다양한 대응 정책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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