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트럼프 만난 최응길 국기원 美버지니아주 지부장
(워싱턴= 박성민 특파원 = 지난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전달한 최응길 국기원 버지니아주 지부장. 최 지부장이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라우돈카운티 리스버그에 있는 자신의 태권도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1.9
(워싱턴= 박성민 특파원 = 최응길 국기원 미국 버지니아 지부장은 지난 6일(현지시간) 새벽 잠을 설쳤다.
TV를 틀어보니 전날 치러진 11·5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적인 상황으로 개표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지부장은 지난 2021년 11월 이동섭 국기원장과 함께 트럼프 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자택 집무실을 방문해 '명예 9단증'과 태권도복을 전달한 이다.
그는 9일(현지시간) 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외국 정상과 만날 때 국기원 시범단의 공연을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흔쾌히 수락한 것이 기억난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이제 트럼프 당선인이 재집권하게 됐으니, 윤석열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하면 백악관 정원에서 시범단 공연을 볼 수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며 "트럼프는 자기가 한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어서 (시범단 공연 계획을) 다시 살릴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만날 수 있었던 건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까운 최 지부장의 제자가 연결고리가 됐다고 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1기 퇴임 전인 2020년 태권도 5단인 이 제자를 통해 명예 9단증 수여식을 하기로 약속을 잡았으나, 일정이 계속 미뤄지다 퇴임 후에야 만남이 성사됐다.
태권도복에 사인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워싱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지난 2021년 11월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집무실에서 태권도복 상의에 사인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최응길 국기원 미 버지니아주 지부장, 오른쪽은 이동섭 국기원장. 집무실 벽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무점에서 만나는 사진이 걸려 있다. 2024.11.10 [최응길 지부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 과정에서 최 지부장의 집요함도 있었다. 그는 2021년 9월 3일 트럼프 측에 재차 편지를 보내 명예 9단증을 전달하겠다고 했고,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나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수 있었다.
최 지부장은 "백악관에서의 태권도 시범공연, 그게 나의 꿈"이라며 "태권도가 미국에서, 그리고 전 세계에서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도록 트럼프 측과 백악관 시범공연을 하는 방안을 지금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지부장과 같이 당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났던 이동섭 국기원장은 최근 와의 통화에서 "당시 트럼프 당선인은 재선에 성공하면 도복을 입고 의회에서 연설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힌 바 있다.
최 지부장은 무소속 대통령 후보로 뛰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와도 친분이 있다고 전했다.
최 지부장은 그러면서 "케네디 주니어가 보건 분야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을 거 같다고 하던데, 이렇게 되면 트럼프 측과 접촉할 수 있는 길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지부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와 직접 만난 시간은 30여분 정도이지만, 예상과 달리 그는 매우 친근하고 온화하고 예의 바른 사람이었다.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겉으로 보기에는 아주 강해 보여도 친화력이 상당하고 대화를 해보면 자기를 좋아하도록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고 전했다.
최 지부장은 이어 "면전에서 트럼프가 하는 말에 반박하면 안 좋을 거 같다. 일단 그의 말을 받아들인 뒤 나중에 대안을 갖고 얘기하면 충분히 수용하는 융통성이 있는 사람이다. 자존감이 굉장히 강한 사람이어서 얼굴을 맞대고 '이건 안 된다'고 반대하면 역효과가 클 것 같다"고 강조했다.
2021년 트럼프 만난 최응길 국기원 美버지니아주 지부장
(워싱턴= 박성민 특파원 = 지난 2021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나 태권도 '명예 9단증'을 전달한 최응길 국기원 버지니아주 지부장. 최 지부장이 9일(현지시간) 버지니아주 라우돈카운티 리스버그에 있는 자신의 태권도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1.9
1953년생으로 올해 71세인 최 지부장은 29살이던 1982년 '세계의 수도'인 워싱턴DC에서 태권도 발전을 이루겠다는 꿈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미국 생활 초기, 지난 2018년 별세한 '미국 태권도 대부' 이준구 사범의 버지니아주 폴스처치 도장에서 '새끼 사범'으로 활동하던 그는 남는 시간에 막노동으로 돈을 벌어 1987년 당시 인구 3천명의 시골 마을인 버지니아 라우돈카운티의 리스버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도장을 차렸다.
"태권도는 미국인들이 잘 모르던 시절이었죠. 당시 리스버그에는 일본 무술인 가라테 도장만 있었는데 나중에는 그 가라테 사범도 내 밑에 들어와서 일을 했습니다."
미국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권도를 개척함으로써 정착하고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최 지부장은 이후 강원 삼척시와 리스버그시의 자매결연, 고향인 강릉시와 라우돈카운티와의 자매결연 등 한미 지방자치단체의 교류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최응길 국기원 버지니아주 지부장이 트럼프에게 보낸 편지
(워싱턴= 최응길 국기원 버지니아주 지부장이 2021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을 만나기 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태권도 '명예9단증' 전달을 제안하기 위해 보낸 편지. 2024.11.9. [최응길 지부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