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잔디 오진송 기자 = 의료개혁 과제와 의정갈등 해소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가 11일 출범했다. 하지만 야당은 물론 의정 갈등의 핵심 당사자인 전공의 불참으로 성공 가능성은 여전히 가늠하기 어렵다.
협의체를 바라보는 의료계 내부의 시선도 엇갈린다.
협의체에 참여한 대한의학회는 사태 해결을 기대했지만, 전공의들은 당사자 없는 대화가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의료계 유일의 법정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비상대책위원회 전환과 협의체 출범이 맞물리면서 비대위가 전공의들과 함께 협의체에 동참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오긴 하지만 상황이 그다지 녹록지 않아 보인다.
대화하는 한동훈 대표와 대한의학회장
신준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2024.11.11
◇ 의학회·KAMC 참여에도 전공의들은 협의체 '평가절하'
이날 협의체 첫 회의에 참석한 의료계 측 인사는 이진우 대한의학회 회장과 이종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 이사장이다.
회장 탄핵으로 내홍에 빠진 의협과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요지부동이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수련과 교육을 각각 책임지는 의학회와 KAMC는 더는 현 사태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함과 위기감으로 협의체에 참가했다는 입장이다.
이진우 의학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이번만큼은 정부·여당이 위기의식을 갖고 진정한 해결 의지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며 "여러 현안이 진솔하고 건설적인 대화 통해 조속히 해결되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말했다.
의학회와 KAMC는 의료계 단체 중 가장 먼저 협의체 참여를 공식화했고, 대화를 시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전공의 측은 내년도 의대 정원을 논의하지 않는 한 대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이날 SNS에 협의체 출범을 알리는 기사를 공유하며 "무의미"하다고 혹평했다.
그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겨냥해 "전공의와 의대생, 당사자 없이 대화나 하겠다는 한가한 소리를 하고 있다"며 내년도 의대 모집 정지와 업무개시명령 폐지에 대한 입장부터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
특히 "지금이라도 2025년 의대 모집 정지를 하든, 7개 요구안 일체를 수용하든 뭐라도 해야 다가올 혼란을 조금이라도 수습할 법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대전협이 발표했던 7개 요구안은 ▲ 의대 증원 계획 및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전면 백지화 ▲ 과학적 의사 수급 추계 기구 설치 ▲ 수련병원의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 전공의 대상 부당한 명령 전면 철회 ▲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이다.
박 위원장의 강경 언급은 정부의 양보를 받아낸 뒤 협의체에 동참할 수 있다는 명분을 쌓아가는 과정일 수도 있지만, 핵심 사안인 내년도 증원 백지화는 시간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많아 양측간 접점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생 모임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대협)도 협의체 출범에 냉소적이다. 의대협은 지난달 대전협과 함께 "허울뿐인 협의체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
신준희 기자 =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 이진우 대한의학회장 등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 협의체‘ 1차회의에서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1.11
◇ 의협 지도부 교체로 새국면…"더욱 강경" vs "참여 논의" 분분
전공의와 의대생이 강경 모드를 이어가고 있지만 의협의 회장 탄핵이란 특단의 조치가 사태 해결에 단초를 제공할 수 있다는 기대도 조심스레 나온다.
전공의들과 각을 세웠던 임현택 회장이 물러난 만큼 새 의협 지도부가 전공의들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정부와 협상에 나서지 않겠냐는 시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협 대의원 A씨는 "전공의들이 기존 의협 집행부에 반대 의사를 표했던 만큼 새 비대위에는 전공의들도 많이 참여할 것"이라며 "전공의와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사람이 위원장이 돼야 한다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의협 새 지도부와 전공의의 대정부 강경 노선이 오히려 상승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도 없지 않다.
박단 위원장이 여야의정 협의체 발족을 평가절하하며 내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을 재차 요구한 상황에서 임박한 수능으로 당장 내년도 정원을 재조정하기 사실상 어렵다는 현실도 양 측간 대화에 난항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결국 협의체에 참여할 것인지에 대한 방향은 의협 새 지도부가 꾸려져 전공의들과의 원만한 협의를 거쳐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협의체에 불참한 더불어민주당이 전공의가 빠진 협의체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내년도 의대 정원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혀 협의체가 '완전체'가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동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정갈등 지속
[서울=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