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보편관세때 대미수출 최대 14%↓…경제성장률 0.1∼0.2%p↓"
기사 작성일 : 2024-11-25 16:00:24

수출입 화물 쌓인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


(부산= 강선배 기자 =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신선대·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2024.11.1

(세종= 김동규 기자 = 국책 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이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을 2.1%로 전망했다.

건설 투자 부진이 지속되겠지만, 반도체 등 주력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고 소비와 설비 투자가 완만히 회복되면서 내년 한국 경제는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미국의 경제정책 변화, 지역 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 회복 속도 등은 경제 성장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됐다.

산업연구원은 25일 발간한 '2024년 경제·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올해보다 2.1%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은행이 지난 8월 내놓은 전망치(2.1%)와 같은 수준으로, 국제통화기금(IMF)이 최근 하향 조정한 전망치(2.0%)보다는 다소 높은 수치다.

내년 반기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상반기 1.9%, 하반기 2.2%로, '상저하고' 형태를 띨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원은 올해 경제 성장률은 2.2%로 전망해 내년 경제 성장률(2.1%)이 올해보다 소폭 둔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주요 거시경제지표 전망


[산업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내년 세계 경제는 인플레 안정세와 통화정책 완화 등이 긍정적 요인이나 지역 분쟁을 비롯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이 성장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런 환경 속에서 한국 경제는 수출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소비·설비투자가 회복되면서 2.1% 성장을 이룰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양호한 성장세를 보이며 올해보다 2.2% 증가한 7천2억달러로 사상 처음 7천억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수출은 정부가 목표로 정한 7천억달러에 못 미치는 6천855억달러에 그칠 전망이지만, 수출 증가율은 8.4%로 높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13대 주력 산업별로 보면 최고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소비심리 개선에 따른 IT 기기 수요 증가와 인공지능(AI) 산업 발전 등에 힘입어 8.5%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또 정보통신기기(8.4%), 철강(5.0%), 바이오헬스(4.9%), 조선(4.1%), 디스플레이(2.5%) 등의 수출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다만, 정유(-7.5%), 이차전지(-6.7%), 자동차(-2.7%), 섬유(-1.9%) 등 수출은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봤다.

특히 연구원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한 보편적 관세(10∼20%)가 실제로 부과되는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8.4∼14.0%(약 55억∼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 여파로 한국의 내년 경제 성장률도 약 0.1∼0.2%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수입은 올해(-0.7%) 감소에서 2.1% 증가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내년 국내 민간 소비는 금리 인하, 실질소득 증대, 물가 안정 등의 소비 여건 개선으로 올해(1.3%)보다 높은 1.9% 증가를 기록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설비 투자도 글로벌 IT 경기 호조 등 영향으로 올해(1.2%)보다 증가세가 확대된 2.9%로 추정했다.

다만, 건설 투자는 금리 하락 등 긍정적 요인에도 건설 경기 선행지표 부진 누적 등의 영향으로 올해(-1.8%)에 이어 내년도 -0.9%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됐다.

권남훈 산업연구원장은 "내년도 확실히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거시적으로 보면 코로나19 이후 부침이 많았던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나서는 시기가 될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 트럼프 행정부 2기 시작 등 다가오는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도 존재하지만, 우리 산업의 저력과 잠재력을 믿어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한국 경제가 든든한 산업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지나치게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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