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코란에 생기를…'K-복원' 각광에 기록물 3만매 복원 신청
기사 작성일 : 2024-11-27 13:00:34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파키스탄 코란


국가기록원이 복원한 파키스탄 경전인 '코란' 필사본 복원 전후 모습. 아래 사진은 복원 전 코란의 상태. [국가기록원 제공]

(성남= 이상서 기자 = 수백 년의 세월을 버티며 바래고 부스러진 19세기 파키스탄 경전 '코란' 필사본에 생기를 불어넣은 것은 복원사의 손길이었다.

먼저 180쪽 분량의 경전을 한 장씩 조심스럽게 해체한 뒤 페이지마다 크기와 두께, 산성도(pH)를 측정했다. 이후 표지와 종이에 붙은 곰팡이와 이물질을 세척하는 작업을 거쳤다.

오디나무 열매를 가공해 만든 천연 염색물로 색을 입힌 한지를 파손된 부분에 덧대 보강했고, 훼손된 표지도 원본 속성과 가까운 소가죽을 가공해 다시 만들었다.

경전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습기를 제거하고, '북 바인딩' 기계로 한 땀씩 실을 엮어 제본 처리했다.

8∼9개월이 걸린 복원 작업을 통해 19세기 코란 필사본은 생명력을 되찾았다.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26일 정책설명회에서 공개한 '파키스탄 소자의 코란 복원 사례' 영상의 한 내용이다.

고연석 국가기록원 기록서비스부 복원관리과 과장은 브리핑에서 "복원 작업을 마친 코란은 역사와 종교, 문화·예술적 가치뿐만 아니라 이슬람 공동체가 어떻게 변화하고, 정체성을 유지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이라며 "더욱이 파키스탄에 코란 필사본이 많이 남아있지 않다는 점에 복원의 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옛 영상 복원 작업 중인 국가기록원


(성남= 이상서 기자 = 26일 국가기록원 직원이 과거 영상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2024.11.26.

국가기록원에 따르면 2022년부터 최근까지 국내외에서 복원 처리를 신청한 중요기록물은 514건으로 집계됐다. 분량으로는 3만2천매가 넘는다.

이 기간 복원 처리된 대표적인 국가 중요기록물은 3.1독립선언서, 조선말 큰사전 편찬원고, 독도 관련 지도, 안중근 단지 혈서 엽서 등이다.

해외의 경우 모로코와 파키스탄에 관련 기술을 전파하고, 일부 기록물 복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영국 대영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조선시대 병풍을 복원하는 작업도 마쳤다.

복원 작업에 참여했던 곽정 국가기록원 보존관리과장은 "당시 작품이 일본식으로 복원된 상태였다"며 "대영박물관 관계자에게 한국식 복원 기술을 전수하는 동시에 한국식으로 재복원을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국가기록원이 전 세계에 직접적으로 복원을 지원하고, 기록 관리 노하우를 공유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됨에 따라 이른바 'K-복원' 인기는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가기록원이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의 일환으로 운영한 '국제 기록관리 연수 과정' 참가국은 28개국이고, 참여자는 537명이다.

우리나라와 국제 기록관리 업무협약을 체결한 국가도 중국, 베트남, 영국, 호주 등 18개국이다.

기록 관리 분야에서 선발 주자라 할 수 있는 미국과 러시아가 순수 아카이브(저장·보관) 중심이라면, 후발주자인 한국은 이에 더해 기록의 디지털화 작업도 전수해 주고 있다는 게 국가기록원의 설명이다.


고문서 복원 중


(성남= 이상서 기자 = 26일 국가기록원 직원이 고문서를 복원하는 작업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2024.11.26.

국내외에서 기록 복원 신청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실제로 복원 작업을 지원한 비율은 현실적인 제약 등으로 전체 신청의 5%에 불과하다.

이용철 국가기록원장은 "1997년부터 활용도가 높고 가치가 큰 기록물 240만 철을 중심으로 디지털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3분의 1정도 밖에 완료하지 못했다"며 "나머지 작업을 마치는 데 47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돼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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