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 '중국 킬러' 별명 얻은 유예린 "다음 목표는 국가대표"
기사 작성일 : 2024-12-04 08:00:42

세계청소년선수권 우승 후 귀국해 아버지 유남규 감독과 포즈를 취한 유예린(왼쪽)


[대한탁구협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동칠 기자 = "요즘 훈련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미디어와 인터뷰가 많아요. 탁구 시작하고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인터뷰하는 게 탁구하는 것만큼이나 쉽지 않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아요."

한국 여자탁구 기대주 유예린(16·화성도시공사 유스팀)은 2024 국제탁구연맹(ITTF)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19세 이하(U-19) 이하 여자단체전에서 대회 출전 사상 첫 우승 쾌거를 이루고 귀국한 뒤 유명 인사가 됐다.

대회가 열렸던 스웨덴 헬싱보리에서 귀국한 다음 날인 2일에는 시차 적응이 되지 않은 데다 언론 인터뷰 일정 때문에 훈련을 걸렀다.

1988년 서울 올림픽 탁구 남자 단식 금메달리스트인 아버지 유남규(56) 한국거래소 감독을 졸라 주말에도 훈련할 정도의 '연습 벌레'로 유명한 유예린에게는 흔하지 않은 일이다.

귀국 후 이튿날에는 5개 매체와 인터뷰했고, 지금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한다는 게 유남규 감독의 귀띔이다.

유예린은 주니어대표팀의 일원으로 세계청소년선수권 U-19 여자단체전 결승에서 대만을 3-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 U-19 여자단체전 우승


[ITTF 홈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청소년 U-19 여자단체전 우승은 남녀 대표팀을 통틀어 이 대회가 출범한 2003년 이후 처음 있는 쾌거였다.

성인 대표팀을 포함해서는 남북 단일팀이 여자단체전에서 우승한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이후 33년 만이다.

남북 단일팀이 아닌 한국만 출전한 대회로 치면 한국 구기 사상 세계대회 첫 단체전 우승을 일군 1973년 세계선수권 때 이에리사, 정현숙 등이 합작한 '사라예보 신화' 이후 51년 만이었다.

그만큼 탁구에서 만리장성 벽은 높았다.

이번 세계청소년선수권에서도 세계 최강 중국은 한국에 U-19 여자단체전 우승을 내줬으나 U-19 남녀 부문에 걸린 7개의 금메달 중 5개, U-15 카데트 부문의 6개 등 전체 14개 종목에서 11개 부문 금메달을 휩쓸었다.

유예린의 진가가 발휘된 건 우승의 발판이 된 중국과 준결승전 승리였다.

그는 중국과 4강전에서 1단식과 마지막 5단식에서 모두 승리하며 혼자 2승을 책임져 3-2 승리와 함께 결승행 티켓을 따내는 데 앞장섰다.

유예린이 첫 단식에서 마주한 친위시안은 중국 여자대표팀의 1.5진급 선수로 국내 성인 선수들도 상대하기 까다로운 선수였다.

앞선 상대 전적은 친위시안의 2전 전승이었고, 유예린은 모두 0-3으로 패했다.

유예린은 4일 와의 인터뷰에서 "중국과 4강을 앞두고 두 경기 모두 0-3으로 질 게 뻔하니 '얼른 경기를 마치고 숙소에 가서 쉬어야겠다'고 편하게 생각했다"면서 "일단 경기를 시작하니 지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유예린의 세계청소년선수권 중국과 4강전 경기 장면


[ITTF 홈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예상과 달리 그는 1단식에서 친위시안에게 첫 세트를 7-11로 내줬지만, 승부의 분수령이 된 2세트를 11-8로 이기면서 결국 3-2 역전승을 낚는 '녹색 테이블 반란'을 일으켰다.

그는 "국가대표급 선수여서 당연히 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2세트 경기가 의외로 잘 풀리면서 자신감이 붙었고, 그 선수는 당황하면서 범실이 많아졌다"면서 "아무런 부담 없이 했던 게 승리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게임 스코어 2-2에서 최종 5단식에서 맞선 종게만과도 5, 6번 싸워 모두 0-3으로 졌던 선수였지만 자신감을 바탕으로 결국 3-1 승리로 결승에 오를 수 있었다.


세계청소년탁구선수권 4강 중국전 종게만과 경기에서 승리한 유예린(앞쪽)


[ITTF 홈피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중국 킬러' 별명을 얻은 그는 대만과 결승에서는 중국전 2승 후 '꼭 이겨야 한다'는 게 부담으로 작용해 예위티안에게 1-3으로 무릎을 꿇었다.

다행히 박가현(대한항공)이 2승을 책임지고, 최나현(호수돈여고)도 승리한 덕분에 첫 우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유예린은 "예위티안 선수는 여섯번 싸워 3승 3패로 팽팽했는데, 이기려는 욕심이 앞서다 보니 제 기술을 쓰지 못한 것 같다. 다행히 가현 언니가 잘해줘 너무 고마웠다"고 말했다.

다시 훈련을 시작한 유예린의 다음 목표는 내년 1년 열리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10명의 상비군에 포함되는 것이다.

유예린은 "내년 국제대회에 태극마크를 달고 뛰려면 상비군에 들어야 한다"면서 "또 이번 달 열리는 종합선수권대회 단식에서 4강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고, 내년 WTT(월드테이블테니스대회)에선 성인 부문에도 참가해 우승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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