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대만 총통과 힐다 하이네 마셜제도 대통령(왼쪽부터)
[대만 총통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타이베이·자카르타= 김철문 통신원 박의래 특파원 = 중국의 반발에도 미국 하와이를 경유해 남태평양 순방에 나선 대만 총통이 수교국인 마셜제도를 찾아 동맹국 '지키기'에 나섰다고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과 로이터 통신 등 외신들이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라이칭더 총통은 전날 마셜제도에 도착해 의회 연설을 통해 "대만과 마셜 제도는 전통적인 오스트로네시아 문화와 자유 민주주의의 가치를 공유한다"며 "우리는 가족과 같으며 서로를 지원하는 가까운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오스트로네시아족은 서쪽으로는 마다가스카르, 동쪽으로는 하와이, 북쪽으로는 대만까지 인도·태평양 섬 전역에 퍼져있는 이들로 대만 원주민들도 오스트로네시아족으로 분류된다.
라이 총통은 또 마셜제도 국영 항공사인 에어 마셜제도의 항공기가 노후화했다며 "대만은 현지 항공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신규 항공기 구매를 위한 대출을 기꺼이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힐다 하이네 마셜제도 대통령은 "대만 정부와 국민은 우리의 마음에 매우 가깝고 소중하다"며 "확고한 동맹국"이라고 화답했다.
이어 "양국 관계는 성숙하고 오랜 세월을 견뎌왔으며 이번 방문으로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행사에는 주 마셜제도 호주 대사 폴 윌슨과 마셜제도 주재 미국 부대사 랜스 포시 등도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언론은 라이 총통이 일부 수행원과 함께 4일 오전 7시 30분께 소형 비행기를 이용해 마셜제도에서 투발루로 떠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라이 총통이 투발루 순방을 마친 후 이날 저녁께 미국령 괌에 도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마셜제도는 이웃한 팔라우와 함께 미국과 자유연합협정(CFA)을 체결한 강력한 동맹으로 두 국가 모두 미국의 우방인 대만과도 사이가 좋은 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7월 남태평양 도서국 정상들을 잇달아 안방으로 초청해 개발도상국 우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지난 2019년에는 중국기업이 지구 온난화 영향으로 인한 해수면 상승 문제 대처를 돕기 위한 인공섬 건립을 투발루에 제안했다가 거절당하기도 했다.
중국은 2016년 라이 총통과 소속이 같은 당인 '친미·독립' 성향의 민진당 차이잉원 대만 총통 집권 이후 지금까지 막대한 재정 지원 등을 미끼로 대만 수교국 '끊어내기'를 해왔다.
이 같은 '금전 외교' 공세로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 나우루 등 10개국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현재 대만 수교국은 마셜제도, 투발루, 팔라우 이외에 과테말라, 파라과이,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등 12개국이다.
이런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중국군이 이르면 이번 주말에 대만을 겨냥한 군사 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궈야후이 대만 총통부(대통령실 격) 대변인은 국가안보부서와 국방부가 모두 대만해협의 정세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이 대만 총통의 순방을 구실로 삼아 군사훈련에 나서는 것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라는 현상에 대한 공공연한 도발이라고 비판했다.
쑨리팡 대만 국방부 대변인은 대만군이 이미 중국군의 군사훈련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은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호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지만 세부 사항을 공개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밝혔다.
대만 국방부는 전날 오전 6시부터 24시간 동안 대만 주변 공역과 해역에서 중국군 군용기 15대와 군함 7척 및 공무 선박 1척을 각각 포착했으며, 이 가운데 군용기 4대가 서남부 공역에 나타났다고 밝혔다.
한편, 리원 대만 총통부 대변인은 전날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해 국가안보팀이 실시간 상황 파악 및 주요 동맹국과 실시간 연락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해외 순방 중인 라이 총통에게 즉시 보고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