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계엄 해제 발표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새벽 용산 대통령실에서 비상계엄 선포 해제를 발표하고 있다. 2024.12.4 [TV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김승욱 김영신 곽민서 기자 = 비상계엄 해제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일 오전 4시 27분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한다고 발표한 이후 5일 오전까지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계엄 사태와 관련한 공식 입장 역시 없다.
비상계엄 해제 이후 알려진 윤 대통령의 행적은 전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와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 당정 고위급 인사를 만난 것이 유일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담화에 나서 국민 불안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하고, 계엄선포의 배경과 정당성을 피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됐다.
시기는 전날 오후 11시 담화설이 돌다가 이날 오전 담화설로 바뀌기도 했다.
그러나 대통령실 내부 분위기는 5일에는 대국민 담화는 없을 것이라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계엄 사태에 대한 입장을 직접 밝히진 않았으나, 대통령실과 여권 관계자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계엄에 대한 윤 대통령의 인식이 전해지고 있다.
이들이 전언을 종합하면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야당의 폭주에 맞서기 위한 경고성 조치'로 인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연이은 정부 관료 탄핵과 입법, 감액 예산안 강행 처리로 국정이 마비될 지경에 이르렀으며, 무도한 야당에 경고하기 위한 장치로서 계엄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특히 이날 본회의 처리가 예정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탄핵안을 위중하게 봤다는 분석도 있다.
헌법재판관 공백으로 탄핵안 심판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연루 의혹 사건 수사도 진척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엄 선포와 해제가 헌법의 틀 안에서 이뤄져 위헌·위법한 부분이 전혀 없다는 점도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이 국내 언론에 침묵하는 가운데 해외홍보비서관실은 전날 외신을 대상으로 "계엄 선포가 헌법을 위배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진입 시도하는 계엄군
최윤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무장한 계엄군이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2024.12.4
또 국회에 군인을 투입했으나 경고성 조치였을 뿐, 실제로 계엄 해제 요구를 위한 국회의 의사 진행을 막을 의도는 없었음을 주변에 강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전날 "일반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밤 10시가 넘어 긴급 담화로 계엄을 발표했고, 국회에 군 투입은 그로부터 약 1시간 후에 했다"며 "비상계엄 해제 요구 요건을 알고도 국회가 동의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군이 국회 진입을 막지 않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계엄 선포가 합법적으로 이뤄졌으며 실제 국회 논의를 막을 의도도 없었던 만큼, 탄핵 심판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법리 싸움에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담화를 통해 대국민 설명에 나설 경우 이 같은 내용을 피력할 것으로 보이나, 야당이 발의한 탄핵 소추안 표결을 두고 대국민 담화의 시기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당정 고위급 인사와의 만남에서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탈당을 요구하고, 국민의힘 내에서도 대통령의 탈당을 두고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이견이 표출되는 등 당내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대국민 담화 시기를 늦춘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했다가 전날 사의를 표명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면직안을 재가하고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를 후임 국방부 장관 후보로 지명했다.
이는 장관 사퇴에 따른 국방의 공백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김 전 장관의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해임도 후임 임명도 못하기 때문이다.
국회법은 '소추의결서가 송달됐을 때 소추된 사람의 권한 행사는 정지되며, 임명권자는 소추된 사람의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소추된 사람을 해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장관 탄핵안의 가결 요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어서 통과가 확실시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