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들 인건비 4억원 가로챈 전 국립대 교수 징역형→벌금형
기사 작성일 : 2024-12-07 09:00:29

장학금(PG)


[이태호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춘천= 강태현 기자 = 대학원생들이 직접 받고 관리해야 할 인건비와 장학금 등 약 4억원을 가로챈 전 국립대학교 교수가 2심에서 감형받았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50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1천만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국립대 전 교수 A씨는 2015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656회에 걸쳐 학생연구원 18명의 인건비, 연구 장학금, 연구수당 등 3억8천5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산학협력단을 통해 국가연구개발사업을 수행하던 중 연구원으로 등록된 학생들 명의의 통장, 카드 등을 일괄 관리하면서 인건비 등이 학생들에게 지급되는 것처럼 산학협력단을 속였다.

연구책임자인 A씨는 656회에 걸쳐 직접 산학협력단에 인건비 지급을 신청하거나 장학금의 경우 대상자를 추천하고, 다른 연구책임자들을 통해서도 인건비 지급을 신청하는 수법으로 범행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은 "사적인 이익을 위해 사용했다는 근거가 없고 대학원생들에게 등록금과 생활비를 지급하거나 논문 게재료로 많은 돈을 지출했지만, 학생 인건비 등을 용도에 맞지 않게 사용하고 근거도 제대로 마련하지 않았다"며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춘천지법


[촬영 박영서]

"형이 무거워 부당하다"는 A씨 측 주장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학생들에게 인건비 등으로 얼마를 지급했는지, 인건비 등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려준 적도 없는 것으로 보이고 설령 학생 인건비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정상"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교수의 부당한 유용을 막고 학생들의 연구 노동에 대한 대가가 정당하고 공정하게 지급되기 위해서는 인건비 등에 교수가 처분권을 행사해 사용하는 공동 관리는 엄격하게 금지돼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A씨가 항소심 들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A씨 연구실에 소속되거나 소속됐던 일부 학생 연구원들이 선처를 탄원하는 점 등을 들어 감형을 결정했다.

또 과학기술부와 교육부의 환수처분에 따라 1억8천여만원을 환수금으로 납부하고, 1심과 2심에서 각각 1억9천여만원과 1천100여만원을 공탁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도 참작 사유로 들었다.

교육공무원법에 따르면 재직기간 사기죄를 저지른 국립대 교수가 3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을 선고받아 형이 확정되면 별도의 징계위원회를 열지 않고 당연 퇴직하도록 규정돼 있다.

해당 국립대에 따르면 A씨는 1심 판결 이후 지난 9월 강단을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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