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탄즈의 우라늄 농축시설
[이란 원자력청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임화섭 기자 = 이란이 준(準)무기급인 60% 농축우라늄의 생산량을 현재의 7배로 늘리기로 하면서 이란 핵문제를 둘러싼 긴장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독일 dpa통신 등에 따르면 바레인에서 열리는 행사에 참석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이 60% 농축우라늄 생산량을 "7배, 8배, 어쩌면 그 이상" 늘리는 방안을 통보해왔다고 6일(현지시간) 밝혔다.
IAEA는 이날 회원국들에게 보낸 대외비 보고서에서 이란이 통보한 계획을 설명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란 수도 테헤란의 남쪽에 있는 포르도 공장의 60% 농축우라늄 생산 능력은 월 4.7㎏에서 34㎏ 이상으로 급격히 늘어나게 된다.
이란은 계획 실행에 이미 착수했다는 사실도 함께 통보했다.
농축우라늄은 우라늄의 동위원소 중 핵분열물질인 우라늄235의 비중을 인위적으로 늘린 것을 가리킨다.
자연 상태 우라늄에서 우라늄235의 비중은 0.7%에 불과하지만, 농축 과정을 통해 이 비중을 높일 수 있다.
상업용 원자력발전소에는 대개 3∼5% 수준의 농축우라늄이 쓰인다.
우라늄235의 함량이 20% 이상인 경우를 '고농축 우라늄'(HEU)이라고 하며 이 중에서도 약 90% 이상인 경우는 '무기급'이라고 부른다.
다만 반드시 90% 이상이라야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1945년 8월 미국이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리틀 보이' 원자탄에는 80% 농축우라늄 64㎏가 쓰였다.
이란이 생산하는 60% 농축우라늄은 대량으로 사용하면 그 자체로도 핵무기 생산이 가능하며, 추가 농축 과정을 거치면 쉽고 빠르게 무기급 우라늄을 만들어낼 수 있다.
농축우라늄
[TV 제공]
이란이 밝힌 계획에 따른 60% 농축우라늄의 생산량은 2개월에 원자폭탄 1개를 만들 수 있을 만한 규모다.
그로시 총장은 이란이 더욱 강화된 IAEA 사찰에 응해야 한다고 촉구하면서, 이란의 무기급 우라늄 생산이나 핵물질 전용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의 이런 계획으로 긴장이 더욱 확대되고 있는데도 이를 완화하기 위한 과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이란 정부는 핵무기를 생산할 의도가 없다고 밝혀 왔지만, 최근 이스라엘과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이란에서는 일부 정치인들이 핵무기 보유론을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이란 언론매체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말 이란은 독일, 프랑스, 영국과 대화하면서 만약 유엔 제재가 강화된다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란은 2015년에 국제 제재 해제를 조건으로 자국의 핵 계획을 제한하는 데에 미국과 유럽 국가들과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제재가 해제됐다.
하지만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에서 미국을 탈퇴시킨 것을 계기로 이란은 핵 계획을 재가동했다.
그로시 총장은 영국 BBC 방송에 이란의 핵계획이 10년 전보다 훨씬 더 규모도 커지고 다양화됐다며 "2025년의 이란은 2015년의 이란과 전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이 60% 농축우라늄 생산을 가속화함에 따라 원한다면 핵무기를 매우 빨리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며 "이런 면에서 사태가 악화하고 있어 매우 우려스렵다"고 말했다.
지난달에 이란을 방문했던 그로시 총장은 이란 내에 핵무기 보유론을 주장하는 집단들이 있다면서 "내가 이란 정부와 대화해 본 바로는 이란 정부가 이런 길을 희망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재검토해봐야 할 필요성이 생길 수도 있는 문제라고는 (이란 정부 관계자들이) 종종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 그럴 경우 후회할 선택이 될 것이라고 말해뒀다"고 덧붙였다.
그로시 총장은 NPT에 근거한 세계의 핵 비확산 체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어떤 나라들은 '우리라고 안 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한다. (핵무기 보유 기득권을 인정받은) 강대국들이 보유한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우리도 우리 자신의 안보를 생각해야 한다'는 나라들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