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정 기자 = 지난주 국내 증시는 비상계엄 사태 충격에 투자심리가 악화하면서 반등 시도가 꺾였다.
코스피는 경기 둔화 신호에 연일 약세를 보이다 지난 3일 반등에 성공하며 2,500선을 회복했으나, 그날 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이후 탄핵 정국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2,420대로 물러났다.
지난 7일 국회에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무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초래한 금융시장 혼란이 연장돼 증시에 가해지는 하방 압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계엄 사태 이후 빠른 수습 국면 전환에 금융시장 충격이 예상만큼 크지는 않았으나, 혼란이 장기화할 경우 주요 정책의 지속성 및 신뢰도 문제가 더욱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증시 충격이 제한적이었던 데는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탄핵안 처리 과정에서 드러난 여야의 극한 대립이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더욱 부추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부 글로벌 투자은행(IB)이 이번 사태를 이유로 한국 주식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한 만큼 국내 증시의 매력도 하락은 불가피해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증시가 정치적 혼란을 주시하며 변동성이 큰 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봤다.
주 중반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소비자물가 지표가 발표된다.
비상계엄 사태 영향으로 출렁이는 증시·외환시장
[ 자료사진]
8일 연합인포맥스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 코스피는 전주보다 27.75포인트(1.13%) 내린 2,428.16으로 마감하며 주중에 어렵게 되찾았던 2,500선을 다시 내줬다.
한국은행의 깜짝 금리인하가 경기 둔화 신호로 읽힌 데다 11월 수출 지표가 시장 예상을 하회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이었다.
코스피는 국내 수출주의 이익 전망에 영향을 주는 미국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시장 예상보다 개선된 것을 재료로 반등에 성공했으나 비상계엄 사태에 맥이 끊겼다.
계엄령이 빠르게 해제되고 금융당국이 '무제한 유동성'을 언급하며 금융시장 안정 의지를 강조한 덕분에 증시 충격은 제한됐다. 코스피 낙폭은 4일 1.44%, 5일 0.90%, 6일 0.56%로 점차 줄었다. 계엄 사태 이후 3거래일간 코스피의 낙폭은 2.88%다.
외국인 자금 이탈도 우려만큼 크지는 않았다. 지난주(2∼6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외국인은 5천740억원을 순매도해 연속 순매도 기록을 15주로 늘렸다.
개인이 불안 심리에 1조2천319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은 1조5천668억원을 순매수해 지수를 방어했다. 기관 순매수액 중 6천56억원은 국민연금이 포함된 연기금에서 나왔다.
비상계엄 이후 사흘간(4∼6일)만 보면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1조86억원, 781억원을 순매도했고 기관은 8천980억원을 순매수했다.
업종별로는 장내 지분 매입 경쟁으로 급등한 고려아연[010130]이 포함된 철강금속(17.89%)이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음식료품(1.00%), 전기전자(0.61%)가 오른 가운데 전기가스업(-13.82%), 건설업(-6.69%), 의료정밀(-6.10%), 기계(-5.81%), 통신업(-5.70%), 운수장비(-4.02%), 보험(-3.75%), 유통업(-2.78%), 화학(-2.75%), 금융업(-2.48%) 등 대부분 업종이 내렸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연초 이후 크게 상승한 금융주는 밸류업 프로그램 지속 우려에 동반 하락했다.
윤석열 정부 주요 국정과제로 꼽히는 동해 심해 가스전 개발 사업과 체코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출도 동력 상실 우려가 제기되며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급락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주보다 16.86포인트(2.49%) 하락한 661.33으로 거래를 마쳤다. 6일 장중 650선을 이탈하기도 했다.
국회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
김성민 기자 =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 집회를 열고 있다. 2024.12.6
윤 대통령 탄핵안 표결이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보이콧으로 무산되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임시국회를 열어 다시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정치 불확실성이 연장됨에 따라 제한됐던 증시 낙폭이 다시 커질 가능성이 있다.
윤 대통령이 '제2의 계엄령'은 없다고 공언한 만큼 지난 6일 증시에서 나타났던 극도의 불안감은 잦아들겠지만, 사태 장기화로 인한 사회적 혼란, 투자 심리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과거와 달리 한국 경제 전반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해당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는 금융, 엔터, 방산, 원전 테마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야기되고 증시 전반의 낙폭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의 여진은 불가피하지만, 계엄령 이상의 심리적 충격 유입은 아닐 것"이라며 "악재를 반영하고 있는 코스피의 추가 하락폭은 제한적"이라고 내다보기도 했다.
과거 탄핵 정국에서는 증시 약세가 단기에 그쳤지만 이번에는 대내외 상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문제다.
하장권 LS증권 연구원은 "과거 두 차례의 탄핵 정국 때는 코스피 기업의 수출 증가율이 확장 추이를 지속하고 있었지만 현재는 지난 1월 고점 이후 둔화 추이가 이어지고 있다"며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9배를 하회하는 기간이 10일 이상 지속될 경우 부진 추세가 장기화하는 경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일부 업종·종목별 차별화는 가능하겠으나 당분간 증시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보다 금리 부담 완화에 반응할 수 있는 헬스케어, 소프트웨어 등의 업종 내에서 종목별 대응할 수 있으나 연속성 있는 시장 상승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기는 어려운 만큼 방어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상계엄령 이슈 이후 최근 외국인 순매도 상위 업종을 중심으로 수급 순환매 흐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대내 불확실성 속에서도 저가 매수세 유입을 기대해볼 만하다"고 했다.
코스피, 개인 투매에 2,420대 마감
이진욱 기자 =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원/달러 거래가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급박해진 탄핵 정국에 개인투자자의 투매가 잇따르자 2,420대로 밀렸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 대비 13.70포인트(0.56%) 내린 2,428.15로 장을 마쳤다. 2024.12.6
오는 11일에는 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지수 발표가 예정돼 있다. 시장 예상치를 크게 상회하지 않을 경우 연준의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유지되며 단기적이나마 증시 반등의 재료가 될 수 있다.
또 주중 발표되는 중국의 11월 수출입 동향을 통해서는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는 중국의 수출입 동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의 예상 밴드로 2,420∼2,550을 제시했다.
금주 국내외 주요 경제지표 발표와 일정(한국 기준)은 다음과 같다.
▲ 9일 중국 11월 소비자물가·생산자물가
▲ 10일 중국 11월 수출입동향·무역수지
▲ 11일 미국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한국 11월 실업률
▲ 12일 ECB 통화정책회의·미국 11월 생산자물가지수
▲ 13일 한국 11월 수출입물가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