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사진 활활…'아랍의 봄' 시리아 성지 13년만에 환호
기사 작성일 : 2024-12-08 13:01:00

하마를 점령하고 거리를 따라 이동 중인 시리아 반군 병사들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황철환 기자 = '아랍의 봄'으로 불리는 아랍권 민주화 시위의 중심지였던 시리아 제3 도시 홈스 주민들이 독재 통치해온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사진을 불태웠다고 미국 CNN 방송이 보도했다.

이 지역 주민들은 2011년 알아사드 정권의 독재에 맞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가 가혹한 보복과 탄압을 겪은 이들이다.

8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따르면 전날 저녁 소셜미디어에서는 홈스 중심가 시계탑 광장에서 주민들이 아사드 대통령의 포스터를 뜯어내 짓밟고 불태우는 모습이 생중계됐다.

인근 장교클럽 건물 입구 상단에 부착돼 있던 알아사드 대통령과 그의 부친 하페즈 알아사드 전 대통령의 사진 역시 내려졌다.

홈스는 이날 이슬람 무장조직 하야트타흐리르알샴(HTS)이 주도하는 반정부 세력에 점령됐고,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은 수도 다마스쿠스로 후퇴했다.

CNN은 홈스의 현 상황은 13년전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이 알아사드 대통령의 지배를 거부하며 거리로 뛰쳐나왔을 때를 떠올리게 한다고 적었다.

실제, 당시에도 홈스 주민들은 시내 곳곳에 부착돼 있던 알아사드 대통령의 포스터와 사진을 떼어내고 대대적 시위를 벌였다.

그러나 홈스를 '반정부 세력'의 거점으로 간주한 알아사드 정권은 이듬해 탱크와 박격포 등으로 홈스 시내 주거지역을 공격했고, 뒤이어 진입한 정부군 병사들은 집들을 뒤져가며 주민들을 학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탄흔 투성이가 된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사진


[AP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당시 살해된 홈스 주민이 2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홈스보다 이틀 일찍 반군의 손에 들어간 중부 거점도시 하마에서도 수십년간 감옥에 갇혀 있던 민주화 운동가와 정치범들이 대거 풀려나는 드라마가 펼쳐졌다.

1986년 레바논 북부 검문소에서 18세의 나이로 시리아 군경에 체포된 이후 행적을 알 수 없었던 대학생 알리 하산 알알리(57)는 지난 5일 하마 중앙 교도소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이 됐다.

40년 가까이 형을 찾아다녔다는 그의 동생은 "이 느낌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는 (18세에 체포돼) 노인이 돼서야 감옥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알리 하산 알알리는 시리아 반군에 의해 자유를 얻은 수천명의 정치범들 중 한 명에 불과하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짚었다.

가디언은 "최근까지 13만6천명이 수감돼 있었던 것으로 추산되는 시리아의 감옥들은 시리아에 '침묵의 왕국'이란 별명이 붙도록 한 정부 탄압의 상징"이라고 적었다.

한편, 지난달 30일 시리아 제2의 도시인 알레포를 깜짝 점령한 것을 시작으로 하마와 홈스 등 주요 도시를 잇따라 손에 넣은 시리아 반군은 현재 다마스쿠스 지척까지 진격해 정부군을 압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다마스쿠스 주민은 CNN 인터뷰에서 이미 반군 일부가 시내에 진입해 골목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을 봤다면서 "충돌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나고 전기가 끊겼다. 인터넷도 매우 (감도가) 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CNN은 소식통을 인용, 시리아 반군 정찰부대가 간밤 다마스쿠스에 잠입해 알아사드 대통령을 찾으려 했으나 성공하지 못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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