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결산] ②강원, 슈퍼루키 양민혁 앞세워 준우승…윤정환 명장 반열
기사 작성일 : 2024-12-09 10:00:45

'이제는 영국으로'…강원FC 양민혁 환송식


(강릉= 류호준 기자 = 23일 오후 강원 강릉 올림픽파크 내 하키센터 앞에서 강원FC 양민혁 환송식이 열리고 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토트넘 홋스퍼로 이적하는 강원FC 양민혁은 다음 달 영국으로 출국 예정이다. 2024.11.23

이의진 기자 = 프로축구 K리그1 강원FC는 올 시즌 '뜬금없는' 스타의 등장에 반색했다.

땅에서 솟아난 것처럼 2006년생 양민혁이 갑자기 나타나 강원 돌풍의 주역으로 자리 잡았다.

아직 고등학생인 양민혁은 올 시즌 개막 전 튀르키예에서 진행된 전지훈련에 참여해 코치진에게 자기 기량을 보여줬다.

디나모 모스크바와 연습 경기에서 러시아 프리미어리그 수비수들을 제치고 득점하는 장면을 눈으로 확인한 윤정환 감독은 양민혁을 기용하지 않을 수 없었다.

1라운드 제주 유나이티드와 홈 경기부터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양민혁은 구단 사상 역대 최연소 출장 기록을 세우며 데뷔 시즌을 시작했다.

양민혁은 올 시즌 강원이 치른 38경기에 모두 출전해 12골 6도움의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K리그 이달의 영플레이어상'을 다섯 번이나 받았고, 올 시즌 영플레이어상은 이견 없이 양민혁에게 돌아갔다.


강원 양민혁 선제골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준프로 계약으로 합류한 선수가 올 시즌 최우수선수(MVP) 수준의 활약을 펼친 덕에 강원의 성적도 수직으로 상승했다.

초반부터 강등권으로 떨어져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매 경기를 치렀던 지난 시즌(6승 16무 16패·승점 34)과 달리 올 시즌은 순위표의 정반대 지점으로 올라가 울산 HD와 우승을 두고 경쟁했다.

19승 7무 12패로 승점 64를 쌓아 준우승을 차지한 강원은 구단 사상 역대 최고 순위를 경신하며 강등권에서 고전했던 지난 시즌의 아픔을 완전히 털어냈다.

양민혁과 강원의 동행은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끝났다.

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제공한 강원에게 양민혁은 수십억원의 이적료를 안겨줬다.

양민혁은 한국 축구 간판 손흥민이 뛰는 토트넘의 선택을 받아 이달 중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로 이적한다.

강원 구단은 구체적인 계약 조건은 밝히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유럽 무대에 직행한 한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 수준 이적료가 책정됐다고 확인했다.

물론 강원이 개막 전 예상을 뛰어넘고 돌풍의 팀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이바지한 인물이 양민혁만 있는 건 아니다.

윤정환 감독도 강원에 준우승을 안긴 지도력을 인정받아 K리그1 감독상을 받았다.


2024 K리그1 감독상, 윤정환 감독


류영석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감독상을 받은 강원FC 윤정환 감독이 트로피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4.11.29

우승팀이 아닌 팀의 사령탑이 프로축구 최상위 리그 감독상을 받은 건 2005년 장외룡(준우승·당시 인천), 2010년 박경훈(준우승·당시 제주), 2020년 김기동(3위·당시 포항) 감독에 이어 윤 감독이 4번째다.

지도자로는 주로 일본 무대에서 활약했던 윤 감독은 2017년 승격팀인 세레소 오사카에서 J리그 3위와 컵대회 우승을 이끌며 J리그 감독상을 받은 바 있다. 이후 7년 만에 K리그에서도 감독상을 거머쥐었다.

윤 감독은 '고등학생' 양민혁을 공격의 핵으로 기용했을 뿐 아니라 평범한 선수로 평가받던 이상헌의 기량도 리그 정상급 공격수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이상헌도 공격포인트 19개(13골 6도움)를 쌓는 놀라운 활약을 펼치자 고액 연봉으로도 데려오기 어렵다는 MVP 수준 선수들을 매우 저렴하게 쓰게 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시·도민 구단의 빠듯한 재정으로도 준우승을 이룬 토대가 바로 윤 감독의 지도력과 이에 바탕을 둔 깜짝 스타들의 배출이었던 셈이다.

이외에도 윤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미드필더 황문기와 이기혁을 각각 풀백, 센터백으로 기용하면서 후방 빌드업 작업이 안정되는 효과를 봤다.


아쉬워하는 윤정환 감독과 정경호 코치


김도훈 기자 =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4 하나은행 코리아컵 16강전 FC서울과 강원FC의 경기. 강원 윤정환 감독(오른쪽)과 정경호 코치(오른쪽 두 번째)가 승부차기에서 류광현의 슛이 막히자 아쉬워하고 있다. 2024.6.19

황문기는 정교한 킥을 살려 질 좋은 크로스를 오른 측면에서 공급, 강원 공격의 엔진 역할도 했다. 황문기는 올 시즌 어시스트 7개를 기록, 풀백인데도 이 부문 4위에 올랐다.

포지션이 바뀌고 활약이 두드러진 두 선수는 모두 국가대표팀에 이름을 올리며 선수로서 한층 경쟁력이 올라갔음을 입증했다.

웃는 일로 가득했던 한 해를 보낸 강원이지만 새 시즌에는 난관이 많다.

구단과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윤 감독이 지휘봉을 놨다.

양민혁은 토트넘으로 떠나고, 황문기도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해야 한다.

수석코치로 윤 감독을 보좌하다가 새 사령탑으로 낙점된 정경호 감독은 이런 상황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와 리그를 병행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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