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 트로피 들어 올리는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
(울산= 안홍석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우승팀인 울산 HD의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선수들과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고 있다. 2024.11.23
[※ 편집자 주 = 프로축구 2024시즌이 8일 K리그 승강 플레이오프를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는 올 시즌 판도와 화제의 팀, 떠오른 스타와 흥행 실적을 아우르는 결산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안홍석 기자 = 2024년은 프로축구판을 '쌍끌이'하던 울산 HD와 전북 현대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린 시즌이다.
울산은 주축 선수의 이적·부상과 감독 교체 등의 악재를 이겨내고 K리그1 3연패를 이뤄냈다.
개막 2연승, 6∼10라운드 5연승으로 시원하게 출발한 울산은 6월 말부터 고질인 수비 불안이 재발하며 발걸음이 느려졌다.
이 와중에 오른쪽 풀백인 설영우가 6월 유럽 무대 츠르베나 즈베즈다(세르비아)로 이적하고, 그에 앞서 지난 4월엔 이동경이 김천 상무로 떠나며 울산 전력에 누수가 생겼다.
7월 7일에는 논란 속에 홍명보 감독이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겼다.
2021년 울산을 맡아 첫 시즌 준우승을 지휘한 뒤 2022년과 2023년 K리그1 2연패를 달성하며 울산의 '명가 재건'을 완성한 홍 감독이다.
김판곤 감독, 우승 헹가래
(울산= 김용태 기자 = 23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하나은행 K리그1 2024 우승팀 울산 HD 김판곤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4.11.23
'3연패 플랜'을 짠 당사자의 지휘봉 반납은 울산에 분명 큰 위기였다. 실제로 울산은 홍 감독이 떠나고 치른 4경기에서 1승 3패로 부진했고, 4위로 추락했다.
여기에 주전 윙어 엄원상은 스포츠 탈장으로 9월부터 전열에서 제외됐고, 지난해 득점왕을 차지한 주민규는 7월 이후 3개월 동안이나 골 갈증을 풀지 못했다.
다행히 홍 감독의 후임으로 지휘봉을 잡은 김판곤 감독이 울산을 빠르게 우승 궤도로 돌려놨다.
K리그1 2연패의 저력을 경험한 베테랑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는 동시에 백업 자원에도 출전 기회를 골고루 분배하며 자극을 줬다.
트로피 바라보는 조현우
류영석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K리그 2024 대상 시상식에서 K리그1 최우수선수상(MVP)을 받은 울산HD 조현우가 소감을 말하며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2024.11.29
'공격적인 수비'를 강조한 김판곤 감독이 선수들에게 보여준 신뢰는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났다.
광주FC, 포항 스틸러스와의 28∼29라운드에서 첫 연승을 맛봤고, 이어진 '난적' 강원FC와 30라운드에서 2-0 승리를 거둬 3연승과 더불어 1위 탈환의 기쁨을 누렸다.
이어 11월 1일 36라운드에서 강원을 2-1로 물리치고 우승을 확정했다.
울산이 이번 3연패로 '왕조'의 시작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한쪽에서는 주축 선수들의 나이가 너무 많아 리빌딩이 시급한 터라 4연패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내년에 2025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 월드컵에도 출전하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하는 울산이다.
'내 마음속의 전북'
(전주= 정경재 기자 = 8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 2024 승강 플레이오프(PO) 전북 현대와 서울 이랜드의 경기. 전북 서포터즈가 경기에서 승리하자 환호하고 있다. 2024.12.8
겨울 이적시장에서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움직이느냐에 갓 태어난 '왕조 울산'의 명운이 달렸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울산과 달리 K리그1 최다 9회 우승 구단으로 한때 '절대 1강'으로까지 꼽혔던 전북은 강등권인 10위로 추락하며 망신당했다.
K리그2 서울 이랜드와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며 가까스로 잔류엔 성공했지만, 처음으로 파이널B로 떨어지는 등 긴 부진의 터널에 빠져 팬들을 실망케 했다.
2020년대 들어 리빌딩을 소홀히 하고, 선수 영입에서 헛발질을 거푸 하다 내리막길을 타버린 전북의 추락은 울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북 역시 환골탈태가 불가피한 시점이다. 울산과 마찬가지로 겨울 이적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설 거로 보인다.
김두현 감독의 거취를 확정하는 건 전북의 선결과제다.
창단 후 첫 2부 리그 강등
(인천= 임순석 기자 = 10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프로축구 K리그1 2024 37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대전하나시티즌 경기에서 2-1로 패하며 2부 리그로 강등된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2024.11.10
강등권 추락을 막지 못한 '과'는 확실하다.
다만, 초짜 사령탑으로서 팀이 망가질 대로 망가진 상황에서 시즌 도중 부임해 힘겹게 팀을 이끌면서도 강등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게 한 '공' 역시 참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전북에 이어 11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대전하나시티즌은 충남 아산과 승강 PO에서 승리하며 잔류에 성공한 가운데 인천이 정규리그 최하위에 머물며 유일한 강등 구단이 됐다.
인천은 7월 성적 부진에 조성환 감독이 물러난 뒤 한 달 가까이 대행 체제로 시간을 허비하고서야 최영근 감독 체제를 가동했다.
여름 이적 시장에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도 않은 인천은 후반기 내내 반등하지 못했고, 구단 사상 첫 강등이라는 쓴맛을 봤다.
K리그2 우승으로 K리그1 다이렉트 승격에 성공한 FC안양
프로축구 K리그2(2부) FC안양이 2일 부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2 2024 38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부천FC와 0-0 무승부를 거두고 창단 11년 만의 우승과 K리그1 승격에 성공했다. 사진은 이날 우승한 뒤 팬들과 기념 촬영을 하는 안양 선수들. 2024.11.2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인천은 시·도민구단 중 유일하게 K리그2를 경험하지 않았던 구단이다.
2013시즌 승강제 출범 당시 2부 원년 멤버로 프로 무대에 뛰어든 FC안양은 첫 우승과 함께 K리그1 승격의 기쁨을 누렸다.
FC안양은 2004년 안양이 연고였던 LG 치타스가 서울로 옮겨 FC서울로 재탄생하는 과정에서 지역 축구팀을 잃은 안양 팬들이 시민구단 창단을 주도한 것을 계기로 프로축구에 뛰어들었다.
안양의 1부 승격으로 2025시즌에는 안양과 서울의 '연고이전 더비'가 K리그를 더욱 뜨겁고 풍성하게 만들 거로 보인다.